탈북여성 권익 보호 그녀들이 직접 나섰다

▲ 탈북여성인권연대 강수진 대표

“목숨 걸고 남한에 왔으면, 여기서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도 결국 자신의 몫이다.”

국내 입국한 탈북여성들의 인권과 권익을 대변해온 ‘탈북여성인권연대’(이하 인권연대)가 창립 1주년을 맞았다. 단체 창립 이후 내실을 다져온 단체는 7월부터 본격적 활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13일 서울에 있는 인권연대 사무실에서 강수진 대표를 만났다. 탈북여성을 만나면 느낄 수 있는 삶에 대한 강한 에너지와 함께 맏 언니 같은 부드러운 미소가 인상적이었다.

인권연대는 국외 탈북 여성 문제보다는 국내 입국한 탈북여성들의 자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탈북자 중 70%에 달하는 여성탈북자들이 겪게되는 남한생활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권연대는 취업뿐 아니라 의료, 법률, 심리상담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특히 북한을 탈북해 중국 등에서 성폭력과 인신매매 위협을 이겨냈지만 이 때문에 탈북여성들은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강 대표는 전한다.

그는 “탈북여성들은 탈북과 정착 과정에서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심리치료를 받아야할 분들이 많다”며 “여성가족부와 함께 이들을 위한 상담소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상담소 운영은 여성 탈북자들도 참여할 계획이다. 운영에 참여하게 될 여성 탈북자들은 심리상담 자격증까지 직접 따면서 열의를 보이고 있다.

강 대표는 “최근 탈북자들을 중심으로 발족한 ‘북한민주화위원회’와 함께 북한의 변화를 위해 움직이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탈북자 개개인부터 남한사회에 적응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국내 입국한 지 5년째다. 그는 스스로 남한 적응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어 봤기 때문에 여성 탈북자들이 느끼는 좌절감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인권연대 일을 시작하면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이들을 위해 직접 나서 법률적 조치를 취하고, 탈북여성들의 취업문제 해결을 위해 국내 기업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최근 탈북여성들에게 한지공예를 배우게 해 관련회사와 연계시켜 주는 사업이 구체적 성과를 보게 됐다고 한다.

강 대표는 중국에 있는 친척집을 방문했다가 97년 한국에 망명했던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현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의 회고록을 보고 남한행을 결심했다고 한다.

이후 태국과 라오스를 거쳐 남한에 입국한 강 대표는 하나원을 나와 1년간 공부해 간호사로 취업했지만, 6개월을 버티기가 힘들었다고 말한다. 말 못할 차별이 심했다고 한다. 그 경험이 지금의 강 대표가 있게 했다는 것.

하지만 강 대표는 탈북여성들이 접하는 어려움들이 무조건 ‘사회의 편견’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강 대표는 “누군가 가해자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들이 아니더라도 나만이 갖고 있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있고, 탈북자들 모두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스스로 겪어내야 할 몫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목숨을 걸고 남한까지 오지 않았느냐. 그래도 각박한 세상에 하소연 할 곳은 있어야 겠죠”라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탈북여성인권연대는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진 단체인가?

국내에 들어온 탈북자들 중 여성탈북자는 약 70%에 달하고 있다. 이 사람들은 일단 신변의 위협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정착 과정에서 너무 많은 어려움이 있다. 정신적 스트레스는 물론이고 어려운 일을 겪었을 때 어디에 하소연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탈북여성의 수는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은 대변할 수 있는 기구가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7월 만들었다.

-구체적으로 하는 일은?

탈북여성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하면서 어려운 일들을 전반적으로 도와주고 있다. 이들의 취업을 위해 직업을 창출하기도 하고, 상담도 해준다. 취업시 부당한 대우를 받은 탈북자들에게 법률상담을 해주기도 한다.

특히 여성탈북자들은 탈북과 정착 과정에서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심리치료를 해야 할 분들이 많다. 이를 위해 여성가족부와 함께 이들을 위한 상담소를 마련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탈북자도 참여하는데 이를 위해 심리상담 자격증을 딴 탈북자도 있다.

탈북여성들의 생활실태를 조사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가정방문 등의 사업도 진행 중이다.

-실제 탈북여성들은 남한생활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 가장 큰 문제는 직업문제다. 게다가 북한에서 살다가 제3국을 거쳐 남한에 오면서 생긴 병들로 고생하는 사람도 많다. 특히 40대 초반부터는 취업을 하기도 힘들고 취업을 하더라도 적응을 못해 힘들어한다.

최근 상담한 한 여성 탈북자는 어떤 식품회사에 들어갔다가 금전적 문제로 오해를 받아 월급도 못 받고 쫓겨났다. 북한에서 왔다는 이유로 남다른 시각으로 쳐다보고 일만 생기면 잘못을 이들에게 돌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면서 남한생활에 적응하면서 더 힘들어진다.

-이러한 활동을 하게 된 데에는 강 대표 본인의 경험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

그렇다. 나는 하나원을 나와 1년간 공부해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땄다. 그래서 간호조무사로 취직해 일을 했는데 차별 등의 스트레스 때문에 6개월도 못 견디고 나왔다. 1년동안이나 공부를 했지만 일을 못하겠더라.

이후 당시 ‘탈북인여성회’라는 단체에서 일을 시작하게 됐다. 그 단체에서 총무를 맡아 일하면서 남한사회에 점차 적응을 했고, 지금까지 이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탈북은 왜 하게됐나

난 평양에 살고 있었는데 한국에 대해서는 개념조차 없었다. 그런데 중국에 친척들을 보러 왔다가 선교사를 알게 된 것이다. 그때 하나님이라는 존재보다 북한에 대해 몰랐던 것들을 많이 알게 됐다. 거기서 황장엽 선생님의 회고록을 보고, KAL기 폭파사건의 김현희에 대한 책도 봤다. 진실을 알고 보니 북한에 대해 환멸이 느껴지더라.

북한에 살면서도 너무나도 몰랐던 부분들을 알게된 이후 중국에서 KBS 사회교육방송을 계속 들었다. 이중 ‘탈북자들이 이야기하는 남한 이야기’라는 코너가 있었는데 그걸 듣고 한국에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한에 입국하는 탈북자의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제는 막으려고 해도 막을 수 없는 흐름인 것 같다. 한국에 1만명이 넘었고, 중국에는 10만명 정도가 있다고 한다. 중국에 2, 3일 있었던 사람들은 북한에 다시 들어가더라도 목숨걸고 다시 나온다. 세상물정을 다 알았는데 어떻게 거기서 사나.

앞으로 북한민주화를 위해서도 이들의 역할은 중요하다. 그렇지만 개인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최근 탈북자들을 중심으로 발족한 ‘북한민주화위원회’와 함께 북한의 변화를 위해 움직이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탈북자 개개인부터 남한사회에 적응이 돼야 한다.

-남한생활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탈북자들에게 조언한다면?

일단 남한으로 스스로 찾아왔으니, 적응을 하고 부딪치는 일은 스스로가 겪어야 할 못이다. 누구의 탓도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남한사회에 적응하기 힘들고 차별을 많이 받아, 일을 하면서도 다음날 출근을 안 한다면서 힘들어했다. 누군가 가해자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들이 아니더라도 나만이 가지고 있는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이었던 것 같다. 탈북자들 모두가 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을 자신이 겪어야 할 몫으로 받아들이고 이겨나가야 한다. 한국 사람들도 외국에 가면 차별을 당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느냐. 우리가 스스로 원해 목숨을 걸고 남한까지 왔으니 잘 이겨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