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어린이 위해 연주하는 탈북피아니스트

“탈북한 아이들은 한국말을 잘 못해서 `왕따’를 당하고 혼란을 겪죠. 아이들이 잘됐으면 해서 학교를 만들고 콘서트를 엽니다.”

9년전 탈북한 피아니스트 김철웅(36)씨가 부모 손에 이끌려 탈북한 뒤 한국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희망콘서트’를 마련한다.


탈북자 학술단체인 NK지식인연대 주도로 오는 9월부터 문을 열 `디딤돌대안학교’를 알리고 탈북 어린이들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서다.


이 학교는 밥벌이 때문에 아이들을 보살피기 어려운 탈북자 부모와 탈북 후 중국 등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다 국내에 들어온 탓에 한국말이 서툴러 또래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탈북 어린이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다.


“수학·영어를 참 잘하는데 한글을 잘 쓰지 못하는 탈북 어린이를 봤어요. 똑똑한 아이인데 왕따를 당해 학교를 다니지 않고 있더라고요. 아이들이 얼마나 억울하겠어요. `나는 누구일까’ 싶을 거예요.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이들을 위해 김씨가 기획한 콘서트에는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씨를 비롯해 15명의 연주자, 그리고 서울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오른다.


김씨는 이씨와 함께 브람스의 곡을 치고, 직접 편곡한 아리랑소나타를 선보이는 한편 `조선은 하나다’라는 북한 곡도 연주한다. 6.25 행사나 남북교류행사에서 자주 불리는 곡으로 `우리의 소원은 통일’ 같은 노래라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가사는 외세의 개입 없이 조국을 통일하자는 내용으로 반미적이기는 해요. 북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소개하려는 것이고 연주만 할 겁니다. 가사가 말썽이 될까봐 연주 전에 취지를 설명하려고 해요.”

김씨는 당 간부였던 부모 덕분에 여섯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고 5천명의 응시자 중 9명의 `어린 음악가’를 뽑는 시험에 여덟살에 합격한 뒤 평양음대를 졸업하고 국립교향악단에서 활동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리처드 클레이더만의 악보를 어렵게 구해 연주하다가 누군가의 신고로 보위부에 경위서를 썼고 연주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처지가 답답해 2001년 탈북해 2003년 국내에 들어왔다.


지금은 백제예술대학 음악과 교수로 활동하면서 몸의 한 부분이나 다름 없다는 피아노를 자유롭게 연주하고 있으며 2008년 10월에는 미국 국무부 청사 내의 벤저민 프랭클린 룸에 연주회를 가져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피아노는 내가 말할 수 있는 언어이고 자유든 인권이든 피아노로 말하고 싶어요. 수준 있는 자선음악회를 보여 드릴 겁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한국말과 한국적 정서를 가르쳐준 다음에 중학교를 보내고 싶어요. 중학교 때부터는 한국 아이들과 어울려 살아야죠.”

콘서트는 16일 오후 7시30분 서울 양재동 힐스테이트 갤러리에서 열린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