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경제성장은 인적 기술과 물리적 기반시설에 투자하고 효율적인 시장경제 제도를 도입해서 시장을 통해 최하층과 주민생존을 보호할 수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북한에서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북한의 경제성장은 계획경제의 프레임에서 탈피하고 외부의 자금과 기술, 경험 등을 참작하여 효율적인 제도로 도입하려는 정책결정자들의 의지에 달려있다.
북한 매체에 따르면 미국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방장관과도 만나지 않고 종적을 감추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양강도 삼지연을 찾아갔다고 한다. 삼지연의 감자농사 정형을 요해(파악)하면서 김 위원장은 농촌의 기계화비중과 현대화 수준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는 것이다.
현재 북한의 전반적 농촌의 기계화 실정은 사실상 폐허 상태다. 농기계는 30년, 40년 전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며 부속품과 타이어, 연유(燃油)가 없어 제대로 운영도 못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런 사실을 목도하면서 낙담했던 것 같다.
이에 김 위원장은 ‘변화·발전’하는 현실적 요구에 맞게 현대적이며 세계적인 추세를 따르라고 촉구했다. 그렇다면 무엇부터 확실하게 변화되어야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정치제도와 경제구조 개선이다. 정책결정자들이 가지고 있는 낡고 구태(究呆)한 관점과 입장을 바꾸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랫사람을 윽박지른다고 해서 획기적으로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동안 북한 당국은 매년 국민소득의 많은 부문을 국방과 중공업에 투자하여 왔고, 또한 공공재의 성격을 갖는 핵심적 사회간접자본 시설에만 집중해 왔었다.
그러나 주민들은 어떤가. 시장에서 종사하는 상업근로자가 이례적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등 시장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공기업 근로자의 감소현상은 공기업들이 노동자들에 대한 배급의 중지와 저임금으로 삶의 질이 저하된 결과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가계경제의 수입원이 공기업으로부터 빠르게 시장으로 전환됨에 따라 시장근로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시장이 공기업으로부터 유입되는 노동력을 대부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 당국은 사회주의하에서 교육된 폭넓은 지식과 기술력을 근간으로 고급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의 물적 자본, 금융시스템, 경제체계가 이를 따라서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즉, 이런 시스템이 변화되어야 진정한 경제성장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농업 분야에서 예를 하나 들어보자. 그동안 황해북도 농민들은 수도미(米)나 군량미 상납 등으로 자신들이 수확한 농산물에 대한 경제적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국내외 시장을 통해 이윤을 추구할 수 있도록 전환해야 농업 경제도 살아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농업 경제의 부담도 줄고 생산성 증가도 따라올 것이다.
사실 모든 생산물이 상품화되고 시장이 북한 주민들의 삶의 영역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지는 이미 오래됐다. 북한경제 여기저기에 남아 있는 사회주의 잔재들(국가운영의 역사, 계획화 제도, 신뢰, 공급이나 배급에 대한 친밀감)을 배제할 수 있는 역량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북한에 과거 수십 년 동안 꿈꾸지 못했던 경제호황의 기회가 찾아왔다. 북한의 경제적 부상은 한국과의 경제적 협력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진정한 협력과 교류는 북한 경제의 경쟁력을 높여주고 주민들의 소득증가에 커다란 기여를 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정상국가로 거듭나는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의 약속을 철저히 이행하고, 반인도적 인권유린 정책을 버리고 국제사회로 과감하게 나온다면 세계는 북한을 물심양면으로 도울 것이다.
또 국제사회는 북한처럼 자원이 풍부하고 교육수준이 높은 노동인구를 가진 장점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즉 북한은 외부세계보다 월등히 적은 비용으로 자원을 획득할 수 있고, 광범위한 노동집약적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노동력이 풍부한 경제에 기회를 제공하며, 한국의 활용 가능한 대량의 선진기술들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북한의 경제성장은 시장경제의 도입을 위한 제도적 변화를 얼마나 확실하게 활용하는가에 달려있다.
삼지연군 농장을 시찰하며 아래 간부에게 변화와 발전을 강조했던 김 위원장. 실제로는 정책을 결정하는 본인의 변화부터 선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