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비인간적 삶에도 북송 두려워 中 탈출 못해”

탈북 여성 이현서 씨가 중국 정부의 탈북민 강제 북송 정책 폐기를 촉구하면서 “탈북민들이 제3국으로 자유롭게 갈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씨는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에 ‘탈북민로서의 삶(Life as a North Korean Refugee)’이라는 글을 기고, 중국에서 탈북민들이 겪어야 하는 비인간적인 삶을 전하면서 중국 내 탈북민들이 완전한 자유를 얻을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 씨는 1997년 17살의 나이로 탈북해 10여 년간 중국에 은신하다가 2008년 한국에 입국한 바 있다. 그는 “지금도 20만 명의 탈북자가 중국에 숨어 살면서 비인간적으로 살아가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가 여전히 탈북민들을 불법 이민자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탈북 후 중국을 벗어나 가까스로 한국에 올 수 있었던 자신을 “행운아 중 한 명”이라고 표현하면서 “몽골이나 라오스를 거쳐 가려는 탈북민들은 중국과의 국경 지역에서 적발될 위험이 커 매우 두려워하고 있다. 중국을 탈출하려고 시도하는 게 중국에서 숨어 사는 것보다 훨씬 위험할 정도”라고 강조했다.

이 씨에 따르면, 탈북민들은 탈북 후에도 중국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신뢰하기 어려운 중개인(브로커)에게 고액의 비용을 지불, 라오스 등으로 이동하기 위한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라오스로 이동하려면 라오스 및 중국 당국에게 적발될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몽골로 가려면 버스를 여러 대 갈아타면서 사막을 건너야 한다는 게 이 씨의 설명이다.

이 씨는 “중국 탈출을 시도하다가 자칫 중국 공안에게 잡히면 북송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중국 내 탈북민들 중 다수는 비인간적인 삶일지라도 중국에서 체류하는 ‘덜 위험한’ 길을 택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은 유엔 난민 협정 서명국으로서 탈북민 북송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면서 “이 외에도 중국은 ‘악랄한’ 북한 정권은 정치적·경제적으로 지원하는 것 또한 중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편 이 씨는 지난 3월에도 자서전 ‘일곱 개의 이름을 가진 소녀’의 출판 홍보차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중국 당국의 탈북민 북송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중국은 우리(탈북민)가 거쳐야 할 나라지만, 많은 사람이 중국서 붙잡혀 송환되면서 탈북 성공 확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내가 중국 정부를 변화시킬 순 없겠지만, 중국 사람들에게 그들의 정부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리고자 했다”고 공개 비판 취지를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