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은 한반도 통일 동반자’ 인식 구축 절실”

“탈북민이요? 직접 본적도 없고 특별히 생각해본 적도 없었는데…. 한민족이고 같은 땅에서 살고 있으니까 한국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죠. 하지만 서로 다른 체제에서 살아서인지 확실히 이질감은 좀 드는 것 같아요.”

데일리NK가 서울 합정역 근처를 오가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탈북민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던지자, 한 20대 청년은 이같이 답했다. 다른 시민들에게도 몇 차례 질문을 해본 결과, 유사한 답변들이 나왔다.

내달 중순이면 국내입국 탈북민은 3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탈북민의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70여 년간의 분단으로 국민들은 북한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고 있는 것처럼 탈북민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탈북민에 대한 친근감은 우호적이기 보다는 다소 거리감을 느낀다는 태도가 더 완연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탈북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점차 확대됐다. /출처=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2015 통일의식조사’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실시한 ‘2015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시민들은 탈북민에 대해 우호적(45.6%)이기보다는 다소 거리감을 느낀다(54.4%)는 답변이 조금 더 많았다. 다만 전반적으로는 탈북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를 시작한 2007년부터 9년간의 변화를 살펴보면, 변동 폭은 크진 않지만 탈북민에 대한 친근감이 꾸준하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7년에는 탈북민에게 친근감을 표시한 응답자가 36.1% 정도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40% 중반을 넘는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2003년부터 북한인권 개선활동을 펼쳐온 문동희 북한인권학생연대 대표는 데일리NK에 “활동을 시작할 때는 북한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많았다”면서 “그러나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캠페인이나 행사를 주최하면 일반 사람들도 관심을 많이 가져주고, 특히 청년들의 참여와 관심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14년째 탈북민 정착을 돕고 있는 신미녀 (사)새롭고 하나 된 조국을 위한 모임 대표도 “10여 년 전과 비교해보면, 한국사회가 탈북민을 대함에 있어 많이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생각한다”며 “탈북민들이 한국에 들어온 지 20여 년 정도 되다보니까 탈북민 정착사례도 점차 많아지고, 그것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인식도 조금씩 전환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대중매체에서 탈북민 다룬 프로그램 증가…“이제는 거부감 들지 않아요”

통일의식 조사에 따르면, 탈북민과의 직접적인 접촉 경험이나 대중매체에서 그려지는 이미지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탈북민과 직접적인 접촉 기회가 많지 않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대부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들을 만나게 된다.



▲최근 들어 북한을 소재로 한 대중 매체가 지속 늘어나고 있다. /사진=왼쪽부터 예능 ‘이제만나러갑니다’, 드라마 ‘불어라 미풍아’, 웹툰 ‘로동심문’.

최근 ‘탈북’과 ‘탈북민’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 예능, 웹툰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제는 탈북민들의 예능 토크쇼로 자리 잡은 채널A의 ‘이제 만나러 갑니다’는 탈북미녀들이 출연해 남북 생활문화 차이 및 정착 문제 등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또한 지난 8월 말 첫 방송을 시작으로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MBC주말드라마 ‘불어라 미풍아’는 최초로 탈북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한국사회에서 정착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이와 관련, 윤재문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요즘 종편에서도 탈북민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많은 것 같다. 대중들의 ‘북한 출신에 대한 거부감’이 전보다 많이 줄어든 거 같다”면서 “하지만 아직도 어려운 부분은 편견을 깨는 게 아닐까 싶다. (남북이) 한민족으로서 편견을 없애는 데 이 드라마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탈북 작가 최성국 씨가 지난 5월부터 연재를 시작한 네이버 웹툰 ‘로동심문’도 탈북민들이 직접 경험한 생생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작품은 아직 정식 웹툰이 되지 않았지만 공감대를 표시하는 탈북민과 북한을 실상을 제대로 몰랐다던 네티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탈북민의 정착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최근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럽게 이들의 이미지가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시민은 “탈북민을 직접 만나보지 못했지만 요즘 TV를 통해 자주 본다”면서 “막상 만나보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던 예전과 달리 (탈북민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진 것 같다. 이제는 탈북민이라고 해도 큰 거부감이 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탈북민에 대한 사회적 거리 좁혀지지 않아…“통일 동반자 인식 구축 절실”



▲탈북민에 대한 사회적 거리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탈북민을 동네이웃으로 받아들일 수는 있지만, 자신과 더 가까운 사이(가족, 동료)가 될수록 꺼리는 태도가 나타났다./출처=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2015 통일의식조사’

다만 탈북민에 대한 ‘사회적 거리(Social distance·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집단과 집단 사이에 생기는 인간감정의 친소도(親疏度))’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2015년 통일의식조사에서 탈북민을 동네이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질문엔 ‘반반이다’ ‘꺼리지 않는다’ 수준의 태도를 보였다. 

그렇지만 직장동료로 받아들이는 데 대해서는 좀 더 부정적인 태도가 높아졌고, 사업동반자와 결혼상대로 갈수록 꺼리는 태도가 확연하게 두드러졌다.

자신을 중심에 두고 더 가깝고 친밀한 관계가 될수록, 즉 이웃-동료-사업동반자-결혼상대로 갈수록 더 많은 거리감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30대 시민은 “탈북민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는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다”면서 “나에게 직·간접적인 영향만 미치지 않는다면 전혀 상관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50대 시민도 “그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일 수는 있지만, 만약 자식이 결혼상대로 탈북민을 데리고 온다면 고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강동완 동아대학교 부산하나센터장은 “북한 정권에 대한 적대감은 여전히 남아 있는데, 이 부분이 그대로 탈북민들에게 투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또한 아직도 한국사회에서 탈북민들을 ‘2등 국민’이라고 보는 성향이 남아 있어, 가까이서 동업을 하는 동료나 결혼상대로 보기에는 부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는 제도의 문제보다는 탈북민들을 북한 정권과 연결해 판단하는 사회적 인식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때문에 복지나 정책 등 제도적 개선보다는, 통일의 동반자라는 인식을 구축해나가는 정책이 지금 사회에서 가장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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