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이례적으로 ‘탈북민의 상처’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조국을 버린 배신자’로 간주해왔던 탈북민을 직접 거론한 것은 경제 발전을 위해 국면전환을 꾀하기 위한 행보라는 평가다.
그렇다면 북한 주민들은 최근 탈북민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소식통들에 따르면, 탈북민을 경계하는 마음보다 오히려 부러움을 쏟아내고 있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탈북 가족들을 지속적으로 감시해왔던 보위원, 보안원 속에서는 이들과 협력하려는 모습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7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북중) 국경과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탈북 가족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무시무시할 정도로 보수적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함남의 한 시골 마을에서 8년 전에 자녀 2명이 꽃제비로 떠돌다가 탈북한 가정이 있다고 한다. 주민들은 5년 전만 하더라도 “반역자 가족”이라고 취급하면서 말도 잘 섞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돈을 보내주면서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장사도 하고, 남 부럽지 않게 잘 살게 되면서 주민들이 모두 살갑게 대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소식통은 “탈북 가족이 시장에 나가면 장사꾼들은 이제 ‘돈주(신흥부유층), 돈주’하면서 부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면서 “그러면서도 너도나도 자신의 물건을 사라는 눈짓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은 월경(越境)자란 말이 ‘배신자’가 아니라 잘사는 사람의 대명사가 됐다”고 덧붙였다.
또한 보안원‧보위원들의 태도도 확연히 달라졌다. 소식통은 “보안원은 탈북 가족에게 찾아와 ‘나도 외국에 나간 형제가 있으면 좋겠다’고 대놓고 부러움을 표시하곤 한다”고 전했다.
함경북도 소식통도 “보위원이 ‘국경에 볼일이 있으면 잠깐 다녀와도 좋다’고 몰래 승인까지 해주고 있다”면서 “이는 탈북민들이 받아쓰는 돈을 나눠 쓰고 싶은 욕구에 따라 이뤄진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체제를 보위하는 보위원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행위들”이라면서 “생활이 피폐해진 그들은 당(黨)에서 의도하는 것과 달리 많이 해이해져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탈북민 감시 강화’ 임무를 반기는 보위원들도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한 보위원이 탈북 가정을 찾아와서 ‘북남수뇌상봉(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당의 지시로 더 자주 드나들 수 있게 됐다’고 대놓고 기뻐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 소식통은 “국경과 달리 멀리 안쪽에 있는 보위원들은 뒷돈(뇌물)을 받아 챙길 여지가 별로 없다”면서 “당국에서도 별로 챙겨주지 않기 때문에 탈북민 가족을 더불어 살 끈처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