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교수, ‘북한식 어휘’로 번역한 성경 출간

▲ 김현식 前 김형직사범대교수 ⓒ미주 중앙일보

북한 사람들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북한식 어휘로 번역된 성경이 다음달 출간될 예정이다.

성경을 북한식 어휘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주인공은 평양의 김형직 사범대에서 38년간 교수생활을 하다가 한국으로 망명해 현재 미국 버지니아주 조지메이슨대 연구교수로 있는 김현식 교수(75세, 사진)다.

김 교수는 “평양 문서선교회 대표를 맡아 현재 한글 성경의 남한식 표현들을 북한식 어휘로 바꾸는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며 “우선 다음달에 요한복음을 단편으로 출간할 예정”이라고 6일(현지시각) 미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망명직전 러시아에서 교환교수 생활을 했던 김교수는 “당시 캐나다 출신 선교사로부터 한국어 성경을 선물 받았는데 분단 60년간 언어의 이질화가 너무 심해져서 무슨 말인지 거의 알아볼 수가 없었다”며 이때의 기억이 성경의 북한어휘화 작업을 결심하게 된 이유라고 전했다.

그는 “북한에서 기독교가 공식 금지된 1950년까지 교회에 나갔던 내가 이해를 못할 정도면 일반 북한인들은 어느 정도겠느냐”고 반문하며, “이 때문에 한국에 망명했을 때 ‘남북이 함께 읽는 성경이야기’를 펴냈고(2001년) 이번에 본격적으로 북한식 어휘로 쓰인 성경을 준비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문서선교회에서 출간하는 성경은 새 번역 성경을 북한주민들에게 어려운 단어만 북한식 어휘로 고친 것으로 신구약을 완간하는데 4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북한의 조선 그리스도교 련맹이 발간한 성경이 있다. 그러나 이 성경은 일반 북한주민들이 볼 수 없는 외화벌이, 대외판매용인데다가 어휘들도 일반 주민들이 이해하지 못하도록 일부러 어렵게 만들었다”고 새로 북한어 성경을 만들어야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성경이 출간되면 우선 한국에 있는 탈북자들이 읽고 그 다음에는 북한식 문화어로 교육을 받은 중국 조선족들과 러시아 고려인, 조총련 동포들에게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교수가 쓴 북한식 어휘 성경은 자유북한방송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도 들려질 계획이다.

그는 뉴욕 필하모닉의 평양공연을 방송을 통해 지켜본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김정일은 아마 ‘미국놈들이 선군정치의 전리품을 바치러 왔다’는 식의 체제선전을 하고 외화도 벌 겸 해서 뉴욕필을 초청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공연을 본 북한주민들이 ‘미국놈들이 괴물이 아니구나”미국인이면 다 백인, 흑인인줄 알았는데 한국계 미국인도 8명이나 있다’는 사실들을 깨닫고 세상에 대한 시각을 넓힐 테니 김정일에겐 오히려 손해”라고 말했다.

김현식 교수는 모스크바에서 교환교수로 있던 1993년 재미 동포인 누나와 비밀리에 상봉했다가 보위부에 발각돼 귀국 명령을 받고 고심끝에 한국 망명을 택했다. 한국 망명 후 김교수는 미국 남침례 신학대학원의 초청을 받아 도미해 예일대와 조지메이슨대에서 전공인 언어학과 북한문화 등을 가르쳐왔다.

10년전 뇌출혈로 인해 몸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정열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는 김 교수는 “한국의 황장엽 전 비서로부터 ‘나는 동방초소를 튼튼히 지킬 테니 김 교수는 서방초소를 지키라’는 부탁을 받았다”며 “언젠가 다시 평양에 돌아가 북한 학생들에게 자유민주주의를 가르치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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