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들어온 탈북자가 2만명이 넘어섰다. 그러나 북한을 탈출해 중국 등지를 떠돌고 있는 탈북 고아의 수만 해도 1만 5,00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앞의 두 경우도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무연고 북한 이탈 청소년’으로 인정받으면 정착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세 번째 경우는 현재까지 어떤 대책도 마련된 것이 없다. 통일부는 이 경우 엄밀한 의미에서 ‘북한 이탈 주민’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 탈북자와 똑같은 지원을 할 수 없다는 방침이다. 결국 관심의 사각지대에서 버림받을 수 밖에 없게 됐다.
더욱이 탈북여성과 매매혼을 한 중국인 남편들은 생활 수준이 대부분 낮기 때문에 여성이 떠나거나 죽고 나면 제대로 아이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어머니를 따라가지도 못하고 아버지로부터도 버림받아 떠돌고 있을 수많은 탈북 고아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이국땅에 속수무책으로 방치되고 있다.
인도적 견지에서 탈북 고아의 문제에까지 관심을 갖는 미국 조야(朝野)의 모습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현실은 참으로 한심하고 부끄럽다. 미 의회의 경우 이미 7년 전인 2004년에 북한인권법을 제정해 북한인권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과 노력을 해 오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한국 국회에서는 여야를 망론하고 누구 하나 북한인권법 통과에 발 벗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며칠 전에는 이를 보다 못한 시민사회 인사와 지식인들이 한국 국회의 책임 방기를 질타하는 선언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북한인권법을 결사 반대하고 있고 여당인 한나라당도 정쟁에 팔려 이 문제에 무관심하기는 마찬가지다. 북한의 인권 문제나 탈북 고아의 문제를 진정 책임지고 나서야 할 당사자는 한국이다. ‘탈북 고아(孤兒) 입양법안’ 제정을 추진하는 미 의회의 움직임에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당사자도 한국이다. 이 부끄러움을 북한인권법 통과 노력을 통해 조금이라도 씻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