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한국정부와 직접대화 요구

정부, 선택 주목…사건 장기화 가능성도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태가 닷새째로 접어든 23일 탈레반측이 한국 정부와의 직접협상을 제의하고 나서는 등 이번 사태가 중대기로에 접어들고 있다.

일부 아프간 현지 정부 인사들이 “한인 석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관측통들은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날 저녁 청와대에서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조중표 외교부 제1차관이 보내온 ‘현지정황보고서’를 토대로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마라이 바샤리 아프간 내무부 대변인은 이날 “한국인과 독일인의 석방 가능성에 대한 희망이 조금 더 높아졌다”며 “군사작전보다는 대화를 통해 석방이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탈레반 무장세력이 인질들을 억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즈니 주(州) 카라바흐 지역에는 아프간 군 병력이 배치된 상태다.

자히르 아지미 아프간 국방부 대변인은 “다음번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명령을 받았을 때만 인질들을 구출하기 위한 작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아프간 이슬라믹 프레스(AIP)는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 간 협상이 실패 쪽으로 흐르고 있으며 탈레반측이 한국 정부와의 직접 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탈레반 지휘관인 압둘라 잔의 대변인은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이 실패 쪽으로 향하고 있다.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은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며 “한국 정부가 직접 우리와 대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공은 한국과 아프간 정부의 코트로 넘어갔다”며 “오늘 오후까지 해결이 되지 않으면 인질들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이 대변인은 또 “현재 인질들은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 우리의 자살폭탄 테러 단원들과 탈레반 수색대원 들의 관리하에 있다”며 “다만 이들은 아직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탈레반 측은 또 한국인 인질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등 한국인들의 안전에 큰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한편, 아프간 정부는 이례적으로 한국 당국자의 아프간 정부 대책회의 참석을 허용, 사태 조기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아프간 수도 카불에 정부 대책반원으로 파견된 문하영 전 주 우즈베키스탄 대사가 아프간 정부의 대책회의에 직접 참가, 구체적인 교섭 과정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현지에 파견된 조중표 외교부 제1차관이 아프간 외교장관 및 관련부처 인사들과 지속적으로 접촉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납치사건이 발생한 가즈니 현지에는 주 아프간 주재 한국대사관 직원이 파견돼 아프간 당국측과 현지의 상황파악 및 관련대책 마련에 함께 나서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납치세력이 다시 제시한 협상시한인 23일 밤 11시30분 이후에도 접촉이 유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사건이 조기종결될 것인지 아니면 장기화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내리기 이르다고 보고 외교채널을 통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활용, 피랍자들이 조속히 안전하게 귀환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