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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11일 뉴욕 세계무역센터로 돌진한 두 대의 비행기. 세계 82개국 3025명이 사망했다. 영토를 공격 당한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 알카에다를 비호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 탈레반 정권을 축출했다.
그후 탈레반은 아프간 산악지대를 근거지로 외국인 납치, 살해, 테러전술 등을 구사하며 아프간 정부군에 대항하고 있다. 2007년 7월 19일 한국인 23명도 이들에 의해 납치됐고 현재까지 2명이 살해당했다.
한국을 경악으로 몰아 넣고 있는 이번 인질 사건은 거슬러 올라가면 6년 전 서방세계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찬 알카에다에 의한 9·11테러와 맞닿아 있다.
현재 한국정부는 동료 죄수의 석방을 요구하는 탈레반과 대면협상을 벌이겠다 한다. 탈레반은 죄수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에게는 탈레반 죄수 석방의 결정권한이 없다. 탈레반 죄수들은 다국적군과 아프간 군이 이들을 소탕하는 전투 와중에 체포한 테러범들이다.
설사 한국정부의 의견이 받아 들여져 한국인 인질과 탈레반 죄수가 맞교환 된다 할지라도 이것이 또 다른 테러와 희생자를 양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신중함이 요구되는 때다. 한국인 인질 가족들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 시점에서 국제사회가 테러집단과는 협상을 하지 않는 원칙을 세운 이유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지난 3월 이탈리아 인질 석방이 그러했듯, 탈레반들이 이번에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게 되면 이후 납치 행위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 자명하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중동이나 파키스탄, 동남아를 비롯해 전세계에 나가있는 한국인들도 테러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풀려난 탈레반 죄수들은 더 많은 인명을 손상시키는 테러를 시도할 것이다. 그들은 아프간 통치 시절, ‘종교경찰’이란 이름으로 아프간 시민들을 24시간 감시.통제하며, 서방세계를 향한 테러리스트들의 군사 훈련장소를 제공해준 바 있다.
물론 한국인 인질을 석방하기 위해 협상이 필요하다. 그리고 탈레반에게 돈을 줄 수도 있고 탈레반 죄수들을 부분적으로 풀어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그들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는 방식으로 나가서는 곤란하다.
한국 정부가 탈레반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미국과 아프간 정부의 바지가랭이에만 매달려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한국과 아무 상관없이 벌어진 6년 전 9·11테러가 한국인 인질 납치와 살해로 이어졌듯, 한국정부의 협상 내용이 이후 어떤 사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그만큼 하나로 연결된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다.
세계화 시대에는 세계화 시대에 맞는 의식과 행동원칙이 필요하다. 한국인만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협상은 언젠가 또 다른 세계인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설사 한국인에게 어려운 결정이 되더라고 세계를 위한 결정을 해야 한다. 그것이 현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들과 우리를 이끄는 한국 정부가 가져야 할 마인드다.
어려운 결정이다. 그러나 어려운 때일수록 원칙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무고한 사람들을 살해, 극도의 공포감에 휩싸이게 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 하는 테러리스트들에게 맞설 수 있는 방책은 더 이상의 그들의 테러가 효과 없음을 보여주는 것뿐이다. 이 원칙을 한국 정부가 잊지 않길 바란다.
이유미/대학생 웹진 바이트(i-bait.com)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