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 타고 50년 건너뛴 기분”

“탈북자들은 남한에 비해 30-40년 전 시대 사람이라 생각하고 도와줘야 한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는 어느 날 갑자기 타임머신을 타고 50년을 건너 뛴 사람들이다”(새터민 A씨)

“법치국가라는 것이 이렇게 무서운 것인 줄 몰랐다. 그냥 좋은 것인 줄만 알았다”(새터민 B씨)

류종하 전주교도소장이 최근 발간된 월간 교정 1월호에 ‘새터민 범죄에 관한 면접 조사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류 소장이 작년 4-8월 안양교도소 등 전국의 각 교도소에 수용된 새터민 20명을 면접.서면 질의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됐다.

조사 대상자 중 형이 확정된 수형자는 16명으로 범죄 유형별로는 마약류 범죄가 7건, 상해 치사 등 강력범죄 6건, 폭력.특수강도.상해 등 폭력 범죄 3건, 성폭력 범죄 2건, 교통 사범과 경제 사범이 각각 1건씩이었다.

이 중에는 입국 후 1년 이내에 범죄를 저지른 이가 모두 8명으로 정착 초기의 문화적인 갈등 등 다양한 심리적인 불안 요인이 범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입국 후 범죄에 이르기까지의 기간이 2-5년인 새터민은 7명, 6-10년은 4명, 11년 이상은 1명(16년)이었다.

류 소장은 논문에서 “새터민이 범죄를 저지르게 된 원인은 크게 외로움과 열등감 등 정신적인 불안감, 자본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이해 부족 등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상해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한 새터민은 “부모 형제를 버리고 혼자 탈북한 죄의식이 늘 나를 괴롭혔다. 그런데 남한 사람들의 성질이 급한 것도 한 몫을 했다. 내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특가법상 도주차량 혐의로 기소된 한 새터민은 “북한에서는 차가 사람을 피해 간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차가 사람 뒤에서 땅땅거리고 난리다. 내가 남한의 형편을 알았으면 이렇게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들 중에는 범죄 직후 도움을 받을 곳이 없었던 데다 구속영장 등의 용어를 비롯한 법률 지식이 부족해 자신의 주장을 제대로 펼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은 이가 다수였으며 심지어 국선 변호인의 역할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류 소장은 전했다.

류 소장은 이번 조사를 토대로 “새터민의 범죄를 막으려면 이들이 남한 사회의 생활방식을 빨리 배워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역별로 한국어 교실을 운영하거나 동네 노인을 멘토로 활용하는 등 지역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119와 같이 특정한 전화번호를 지정해 새터민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경우 긴급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고 새터민 범죄를 전담하는 부서를 지정.운영하거나 새터민을 위한 맞춤형 교정 처우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류 소장은 “새터민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범죄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가 이들을 ‘짐’이 아니라 통일을 준비할 수 있는 ‘희망’으로 생각하는 분위기를 확산해야 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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