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 “북핵ㆍ체제변화, 별도 접근해야”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27일(현지시간) 북핵 해법과 관련, “북핵 문제는 체제 변화(Regime Change)와 별도로 접근해야 한다”며 “북핵 문제를 먼저 해결하면 (북미) 관계는 정상화되고 나머지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고 밝혔다.

키신저 전 장관은 이날 오전 뉴욕 맨해튼에서 방미중인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전의장과 만나 “북핵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미국내 대외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키신저 전 장관의 이 같은 언급은 ‘북핵 폐기’와 ‘정권 교체’를 동시에 추구해온 부시 행정부 대북정책이 일정 정도 변화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인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정 전의장은 “현단계에서 핵폐기와 체제변화라는 이슈를 섞어놓으면 문제해결이 어려운 만큼 핵 폐기 하나에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북핵 문제는 협상에 의한 해결이 가능하다는 확신이 필요하다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북핵 문제는 이란 핵문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간단하며 외교적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며 “핵폐기를 전제로 북한의 체제를 보장해주고 경제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지적하고 “그리고 나서 동북아 지역안보 시스템을 만들어내고 이후 남북간에 통일 문제를 풀어나가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일단 (6자회담에) 돌아온다고 얘기한 만큼 나머지 국가들이 합리적인 선에서 하나의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고 북한을 설득할 수 있다면 문제가 쉽게 풀릴 수 있다”며 “워싱턴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생기고 있고 중국도 많이 도와주려고 하는 상황이어서 (6자회담이) 희망적”이라고 밝히고 “관련국들은 9.19 공동성명을 약속대로 이행하는게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북미간 직접대화와 관련, 그는 “북한이 6자회담이라는 틀 대신에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원하지만 미국으로서는 그것에 응할 리 없다”며 “하지만 6자회담이 재개되면 (대화할 수 있는) 많은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혀, 6자회담 틀 속에서 북미간 대화가 취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키신저 전장관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방북추진 여부에 대해 “내가 먼저 나서서 정부를 대신해 가지는 않겠지만 원칙적으로 가고 싶다”며 “정부가 가라고 요청하면 가겠다”고 긍정적 의사를 밝혔다.

한미 관계와 관련, 그는 “현재 한미간에는 신뢰가 없다”며 “미국 내에서는 대체로 한국이 한미동맹을 위해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한국이 지나치게 양보하고 북한은 이익만 얻어내는 그런 관계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통일 이후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 여부에 대해 “이라크 전쟁의 결과가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며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군사력 확대 측면에서) 위축될 것이며, 이에 따라 한반도에서도 (미국의) 개입정책이 자연스런 정책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한미동맹 관계도 억제력 중심에서 새로운 방향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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