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김정일의 ‘쇼’가 궁금하다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의 방북으로 김정일의 ‘인질 외교’가 일단은 수확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표면적으로는 납북된 여기자 2명을 데리고 오는 것이 목적이지만, 향후 미북관계의 큰 변화를 예고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클린턴의 방북은 초미의 관심을 모은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과 양자대화를 고집해왔고, 거물급의 방북을 지속적으로 제의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도 최근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접근'(new approach)을 제시해왔다.

‘새로운 접근’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7월 22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발언한 내용이다. 요약하면 “북한이 되돌릴수 없는 수준의 비핵화에 동의하면 미국과 파트너들은 보상과 미북관계 정상화 등이 포함된 패키지를 진전시킨다”는 것이다.

김정일이 클린턴을 만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미국의 전 대통령이 방북했는데, 다시 말해 ‘자기 집을 찾아왔는데’, 주인이 손님을 만나지 않는다는 것이 ‘외교 예의’도 아니고, 또 클린턴을 만나지 않으면 김정일의 건강이 매우 안좋다는 소문이 바로 나오게 된다.

아직 알 수는 없지만, 김정일은 클린턴을 만나 “우리도 미국과 잘 지내고 싶으니 대북 적대시 정책만 하지 말아달라”는 말을 하게 될 것이다. ‘대북적대시 정책을 하지 말아달라’는 말의 함의를 클린턴이 어느 정도로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앞으로 양국 간의 여러가지 문제들을 잘 해결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오면 김정일의 이번 외교는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미북관계 개선 문제는 94년, 2000년, 2007년에 계속 나온, 이미 ‘오래된 필름’이다. 미북수교의 성사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정치적 효과는 크다는 것을 서로가 잘 안다.

김정일로서는 유엔제재도 피해야 되고, 중국의 외교적, 경제적 지원도 받아내야 하고, 한국을 햇볕정책으로 되돌려야 되니까, 미국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클린턴이 방북해서 미국 여기자 2명을 데리고 나오면, 한국에서는 박왕자씨 피살사건, 억류된 개성공단 유씨 문제, 최근 나포된 연안호 문제 등도 해결하지 못하고, “대북 강경책만 펴는 무능한 이명박 정부”라는 말이 나올 수 있다. 이 점을 북한당국이 모를 리 없고, “통미봉남을 하면 남한은 결국에는 따라 온다”는 오래된 공식이 또 통할 것으로 볼 것이다.

정부는 물론 여기에 잘 대비해야 한다. 지금 한국정부는 대북정책보다는 국민들에게 김정일의 북한을 정확히 이해시키는 ‘대남정책’이 더 절실한 형편이다. 지난 10년간 햇볕정책의 폐해 중에서 가장 큰 것이 ‘대북유화정책이 곧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잘못된 등식을 만들어낸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번에도 김정일의 수(手)가 미국에게 통할지는 알 수 없다. 형식적으로는 지난 1994년 1차 북핵위기 때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김일성을 만났을 당시와 비슷하지만 내용은 많이 다르다. 또 클린턴은 북한 핵문제에 관해서는 ‘재수생’ 내지 ‘삼수생’이다. 94년 제네바 합의를 하면서 한번 당했고, 2002년에도 북한의 우라늄 농축 핵 프로그램이 밝혀지면서 미국이 또 한번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클린턴은 김정일에게 6자회담 복귀 및 핵폐기 진행, 미북관계 개선을 패키지 딜(package deal)하는 오바마 정부의 최근 ‘새 접근법’을 전달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김정일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 없지만, 앞으로 미북관계가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좋아질 것이다. 다만 그 기간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필자는 이번 클린턴의 방북을 중국이 ‘중매’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6자회담이 깨지는 것을 가장 강력히 반대하는 쪽이 중국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도 일단 북한을 6자회담으로 불러들이는 명분을 북에 제공해주기 위해 ‘거물급’ 클린턴의 방북을 미국에 요청했을 것으로 본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문제 등 ‘김정일 쇼’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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