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전대통령 자격.역할 ‘주목’

중국과 북한 국경지대에서 취재하다 지난 3월 북한 당국에 억류된 미국 여기자 2명을 석방시키기 위해 4일 전격 방북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자격’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나 미 정부의 특사 자격으로 방문한 것이라면 방북 성격을 굉장히 포괄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반면 개인적 방문이라면 ‘여기자 석방’을 중심으로 한 북.미 현안 논의에 국한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 소식통들은 일단 “미국 정부와 관련없는 개인적 방문”이라고 강조한다. 민간인 신분인 여기자들의 석방을 교섭하기 위한 민간인 자격의 방북이라는게 정부 라인의 설명인 셈이다.

미국 정부와 관련이 없다면 미 정부 수반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나 외교정책을 책임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특사가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또 미 정부의 공식적 입장을 대변하거나 외교정책에 영향을 미칠 행위는 할 수 없다는 뜻도 된다.

이렇게 보면 클린턴 전 대통령은 미국 여기자들의 석방문제를 북한 당국과 협의해 이들을 안전하게 미국으로 귀환시키는 역할만 하게될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형식적 논리로 봤을 때의 경우로, 클린턴 전 대통령의 역할과 자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외교가의 해석이다.

특히 그가 탄 특별기가 평양으로 직행한 것이나 한국어 통역 요원이 배치된 것 등은 미국 정부의 배려없이는 성사될 수 없는 고도의 외교행위에 해당된다.

실제 1차 핵위기가 고조되던 1994년 6월 15∼18일 평양을 전격 방문했던 지미 카터 전 대통령도 개인 자격으로 방북했으나 평양 체류중인 6월16일 백악관으로 평양 현지 상황, 특히 북한측의 ‘중대 제안’ 내용을 보고하기도 했다.

따라서 클린턴 전 대통령이 여기자 석방 교섭 과정에서 북한측으로부터 중요한 제안을 받을 경우, 특히 미국 정부의 선택이 필요한 상황을 맞게 될 경우 자신의 아내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나 민주당 출신인 오바마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그의 자격과 역할에 ‘미국 정부’와의 연계성이 첨가될 수 있다.

특히 북한이 모처럼 잡은 미국과의 직접 대화의 기회를 놓칠 리가 없는데다 오바마 정부도 북한 수뇌부와의 교감을 피할 까닭이 없다는 점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의 자격과 역할이 현지에서 변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내는 친서를 휴대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친서의 존재가 확인되는 순간 ‘대통령의 특사’로 전환되는 것은 물론이다.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 3월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방북을 모색했지만 북한이 이에 호응하지 않아 무산된 점을 감안할 때 오바마 대통령이 클린턴 전 대통령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전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정부 소식통들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외교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고위급 인사이긴 하지만 민간인 신분인 만큼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의 하나 클린턴 전 대통령이 특사자격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북한 수뇌부에 전달하더라도 클린턴 전 대통령이나 관련 당사자들이 함구할 경우 한동안 공개되지 않을 수도 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