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전격방북…김정일과 회동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4일 전격적으로 평양을 방문,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동했다.

북한에 억류돼 있는 여기자 2명의 석방을 위해 방북한 클린턴 전 대통령을 김 위원장이 신속하게 면담함에 따라 여기자들의 석방이 조기에 성사될 것으로 보이며 5일중 클린턴 전 대통령과 여기자 일행이 북한을 떠나 귀국길에 오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날 클린턴 전 대통령과 김 국방위원장의 회동에서는 여기자 석방 문제 외에도 북핵 문제를 비롯한 북미 양자 현안이 포괄적으로 다뤄진 것으로 알려져 추이가 주목된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이번 방북과 김정일 위원장과의 회동은 1990년대 제1차 핵위기 당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전격 방북과 김일성 당시 북한 주석과의 회동과 비견되는 것으로, 카터 방북 당시 북.미간 대결국면이 협상국면으로 전환된 것과 유사한 결과가 나올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은 이날 김정일-클린턴 회동에서 북한과 미국간 “공동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에 대해 폭넓은 의견교환”을 했다고 보도했다.

또 클린턴 전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에게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구두메시지를 정중히 전달”했으며 김 위원장은 이에 사의를 표하고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환영한 뒤 그와 “진지한 담화”를 했다고 북한 매체들은 전했다.

이 자리에는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은 물론 대남 담당인 김양건 통일전선부장도 배석했으며 북한 국방위원회는 클린턴 전 대통령을 위해 이날 저녁 백화원 영빈관에서 만찬을 베풀었다고 방송들은 전했다.

앞서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방송, 평양방송 등은 이날 일제히 정오뉴스를 통해 “미국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일행이 4일 비행기로 평양에 도착했다”며 공항에서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과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클린턴 전 대통령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북한 측이 이례적으로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과 김 위원장과의 회동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는 것과 관련, 정부 고위소식통들은 “북한이 상징성이 큰 클린턴 전 대통령을 활용해 현재 제재국면에 몰려있는 북한의 입지를 확대하고 미국과 북핵 문제를 비롯한 제반 현안을 놓고 양자협상을 벌이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북측의 이런 의도와는 달리 클린턴 전 대통령은 미국 현 정부를 대표하지 않는 개인 자격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여기자 석방 문제 외에 다른 정치 현안을 놓고 북한 측과 협상을 벌일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는 특히 정치 현안과 여기자 문제를 분리한다는 원칙에 따라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일행에 정부 당국자들을 포함시키지 않았으며 이 같은 분리원칙을 한국을 포함한 관련국에도 통보했다고 정부 소식통이 전했다.

이를 반영하듯 백악관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북한 매체의 주장도 즉각 부인했다.

이와 관련, 외교소식통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메시지를 강조하는 북한의 태도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어 보인다”면서 “정확한 진상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귀국한 뒤에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의 김 위원장이 클린턴 전 대통령이 갖는 상징성을 고려해 북핵 문제를 포함한 주요 핵심 정치현안에 대해 미국측에 ‘중대한 제안’을 했을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측도 북한 측이 비가역적 비핵화 조치는 물론 과거 김일성 주석이 강조해온 ‘한반도 비핵화’를 실천하겠다는 의중을 밝히고 나설 경우 ‘포괄적 패키지’ 제공 등을 위한 북.미 간 협상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과거 유사한 사례를 통해 극적인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곤 했지만 현재 미국내 기류를 볼 때 확실한 비핵화 조치가 선행되기 전에는 유화국면으로의 전환이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한국과 일본 등 관련국들의 입장을 미국측은 특히 유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측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본국으로 귀국한 직후 이번 사안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평양으로 들어간 알래스카쪽 미주항로로 빠르면 5일 여기자들과 함께 귀국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들은 급유 등 기술적 문제로 일본을 경유해 귀국할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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