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한국을 방문함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 첫 외교 수장이 어떤 말들을 쏟아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클린턴 국무장관은 19일 밤 전용기편으로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1박2일 한국에서의 일정을 시작한다. 이틀간의 일정이지만, 실제 한국에 머무는 시간은 20시간 남짓이다.
이 시간동안 한미 외무장관 회담과 공동기자회견, 이명박 대통령 예방 및 오찬, 한승수 국무총리 예방 등의 정치 일정과 이화여대에서의 여성지도자 간담회, 언론 인터뷰, 대사관 직원 격려, 한미연합사령부 방문 등 빠듯한 일정을 소화한 뒤 20일 밤 아시아 순방의 마지막 국가인 중국으로 떠난다.
외교 당국자는 취임 후 첫 방한이기 때문에 “폭넓은 대화가 오갈 수 있도록 했다”며 “(의제가) 미리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미 외무장관 회담과 이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북핵, 미사일 등 북한문제와 한미동맹, 한미FTA문제가 주요 의제로 등장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앞서 클린턴 국무장관은 지난 16~18일 일본 방문에서 미일외무장관 회담을 통해 미일동맹 강화문제, 아프간 재건문제, 북핵 해결을 위한 공조문제를 논의했고 미일정상회담 일정을 잡았다. 또, 야당인 민주당의 오자와 이치로 대표를 만났다.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대해 “납치는 6자회담의 한 부분”이라는 공감 메시지를 남겨 클린턴 국무장관은 지난 부시 행정부 시기 납치문제 미해결 상태에서의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에 따른 섭섭함을 달래기도 했다.
北미사일, 북핵, 한미동맹 문제가 주요 의제될 듯
클린턴 국무장관은 최근 북한 미사일 발사 움직임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바 있어 이와 비슷한 입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과 가장 인접한 서울에서 남기는 메시지의 의미와 강도는 다를 것으로 보여 그의 입에 이목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일본에서는 “(북한이) 도발적인 것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목적이 무엇이든 미사일 발사를 포기할 것을 촉구한다” 등의 말을 통해 북한의 태도를 경고했다.
또, 방한 이틀째인 20일 클린턴 국무장관은 주한미군기지와 한미연합사령부 방문할 것으로 알려져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 등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염두해 둔 일정이라는 지적이다.
이 자리에서 클린턴 국무장관은 월터 샤프 연합사령관과 이성출 연합사 부사령관으로부터 최근 북한군의 동향과 힌미연합방위태세, 주한미군기지 이전계획,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작업 등 양국 군사현안을 보고 받는다.
최근 미국 내 국방 및 안보 관련 부서에서 여러 차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언급한 것을 두고 한국사회의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함으로써 그동안의 오해를 불식시키려는 언급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방문에서 클린턴 국무장관은 북한의 미사일문제까지도 6자회담의 의제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 점에 대해 우리 정부도 필요성에 공감하고 6자회담의 정식 의제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의 발언은 6자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과 더불어 6자를 통한 북한문제 해결의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과거 부시 행정부의 일방적 외교에 대한 비판의 의미와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아시아 주요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클린턴 국무장관은 일본에서 “미국이 홀로 나서거나 국제사회가 미국을 외면하면 전 세계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라는 글을 국무부 홈페이지 띄운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구한 미 외교 관계자는 클린턴의 아시아 순방 목적에 대해 “클린턴 장관이 남한 정부와의 대화를 통해 북한을 보다 효과적으로 압박하는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라며 “6자회담 틀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방안에 대해 남한과 중국으로부터 의견을 들을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아직 국무부의 차관보급 인사청문회가 마무리 돼지 않은 시점이어서 6자회담 재개 방법 등 구체적 논의가 이뤄지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오바마 행정부와 자신이 밝혀왔던 6자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차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신 이번 방한에서 6자회담과 북한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특사 내정자인 스티븐 보즈워스 전 주한 대사를 공식 발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본은 파키스탄 안정화를 위한 국제회의를 주최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한국도 아프간 재건사업에 대한 입장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외교부는 파병을 검토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민간재건팀(PRT)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관심사 중 하나인 한미자유무역협정(FTA)문제는 원론적 입장을 언급하는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