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방한 보따리 뭘까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15일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4개국을 순방하는 취임 후 첫 외유길에 올랐다.

클린턴 장관이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다룰 의제 가운데 가장 큰 외교.안보적 현안은 북핵문제다. 이와 관련해 클린턴 장관이 서울에서 한국과 무슨 얘기를 나누고 회담 뒤 어떤 입장을 공표할 것이냐에 관심이 쏠려 있다.

일본과 중국도 북핵 6자회담의 당사국이기는 하지만, 두 나라 방문에서는 글로벌 경제위기와 기후변화협약을 위한 공조방안 등이 핵심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클린턴 장관이 북한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한국에서 북한 핵과 미사일, 인권 등과 관련해 보여줄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클린턴 장관의 방한은 북한이 잇단 대남 비방성명과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 움직임 등을 통해 한반도의 긴장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는 시점과 맞물려 각별한 주목을 끌고 있다.

일단 클린턴 장관은 방한기간 유명환 외교통상장관과 회담을 갖고 교착상태인 6자회담 재개 방안 및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위협 문제 등을 집중 협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클린턴 장관도 지난 13일 뉴욕의 아시아 소사이어티 연설을 통해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포기할 준비가 돼 있다면 미국은 북한과 관계정상화의 용의가 있다”고 메시지를 보냈듯이 북한 비핵화의 핵심채널인 6자회담 재가동을 위해 한국측과 지혜를 모을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 미 국무부 내에서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냈던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의 후임과 대북특사의 인선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은 상태여서 클린턴 장관의 대북관련 발언은 원론적인 수준을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 국무부가 조지 부시 전 정부의 대북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는 단계인 만큼 일단 이번 클린턴 장관의 방한은 현장경험 및 한국과의 정책적 공감대 넓히기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안보문제와 관련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테러소탕 주(主)전선으로 여기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 한국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하는 문제가 클린턴의 방한 보따리에 포함돼 있다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경제분야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오바마 정부의 구체적인 입장 전달이 이뤄질 수 있느냐가 관심거리다.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 클린턴 장관도 줄곧 현재 체결된 한.미 FTA에는 문제가 있으며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나, 정작 재협상이나 부속서한 마련 등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다.

따라서 클린턴 장관이 차제에 한국FTA에 대해 미국 정부가 진정으로 원하는 사항이 무언지를 확실하고 명료하게 전달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다만 미국내 일각에서는 현재 상무장관이 거듭된 인사 난맥상으로 출범 한달이 가까워지도록 내정자도 없는 상태인데다 론 커크 무역대표부(USTR) 지명자에 대한 상원청문 일정도 잡혀있지 않았기 때문에 클린턴 장관이 구체적인 제안을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클린턴 장관의 방한은 외교.안보, 경제에 걸쳐 한미 중요현안에 대한 탐색전에 그칠 공산이 크며, 4월 런던 주요 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간의 정상회담을 위한 터닦기의 성격이 있어 보인다.

한국 방문과는 별도로 미국에서 클린턴의 아시아 순방지 가운데 양자적 관계로 가장 높은 비중을 두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15일 `클린턴의 첫 순방의 핵심은 중국’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으면서 미-중 양국의 관계증진과 협력방안 모색이 이번 아시아 방문의 요체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클린턴의 중국 방문 가운데 가장 민감한 부분은 인권관련 언급이 제기될 것이냐 여부. 이미 클린턴 장관은 티베트인들이 박해를 받지 않고 고유의 종교관습을 지켜나갈 권리가 있다고 밝혀 소수민족의 분리독립 움직임에 민감한 중국 정부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클린턴의 아시아 순방에서 첫 기착지로 일본이 선택된 것은 이른바 `재팬 패싱’이라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한 상징적인 조치로 미국 싱크탱크들은 분석하고 있다.

보수 헤리티지 재단의 한 연구원은 “과거 미국과 일본 사이에서는 `재팬 배싱(일본 때리기)’에서 `재팬 패싱(일본 건너뛰기)’이라는 말이 회자돼 일본의 섭섭함을 자극한 적이 있다”며 “이번 조치는 이를 바로잡는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방일기간 북한에 의해 납치됐던 일본인 납치인 가족들과 면담하는 일정도 마련했다. 이는 지난해 미국 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 리스트에서 제외하면서 일본인 납치자 가족들을 배려하지 않았다는 불만에 대한 보상차원으로 받아들여진다.

클린턴이 납치자 문제에 고리를 걸어 대북 중유지원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일본을 어떻게 설득할지도 관심을 두고 지켜볼 만하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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