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방북, 테러리스트와 협상과 같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장기간 억류돼 있던 여기자들을 석방하기 위해 북한을 전격 방문한 것에 대해 이후에 있을 북한과 협상에 있어 ‘매우 나쁜 신호’라며 국제사회의 북한 제재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4일 AFP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클린턴의 방북은) 미국이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보상하고 있다”며 “테러리스트와 협상하는 것과 같은 일”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볼턴 전 대사는 “이것은 매우 나쁜 신호이고 나쁜 행동을 격려할 것”이라며 “이번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은 여기자 문제를 북핵 문제와 분리시키려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공개적인 언급을 해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힐러리는 두 문제를 분리하기를 원한다고 말했지만, 클린턴은 공항에서 북한의 핵 협상을 15년 이상 이끌어 온 김계관을 만났다”면서 “클린턴이 북한 지도자 김정일과 만찬을 하면서 핵문제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볼턴 전 대사는 클린턴의 방북이 순전히 개인적 활동이라는 백악관의 주장에 대해 “(클린턴 전 대통령은) 국무장관과 결혼한 전직 대통령”이라면서 어떻게 사적일 수 있느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방북은 북한에게는 윈-윈(win-win)”이라고 말했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이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은 북한이 억류한 여기자 2명의 석방에 도움이 되는 진전이지만 “북한의 핵포기를 위해 현재 벌이고 있는 국제사회의 제재노력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클링턴 전 대통령이 여기자 석방 문제에만 주력한다고 해도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 방북을 북·미간의 외교적인 돌파구로 인식해 북한의 거듭된 유엔 결의 위반에 대한 제재를 철회하는 구실로 삼으려고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이 유엔결의안을 준수하는 의미있는 조치를 취하기 전에 제재조치를 중단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완전한 북한 비핵화 목표를 약화시키는 또 다른 위험스런 조짐이 될 수 있다”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이번 북·미 접촉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이행을 중단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오바마 행정부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역할이 일정 한도를 넘지 않도록 규정하면서 여기자 문제와 북한의 유엔 결의안 준수는 반드시 별개의 사안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또 오바마 미 행정부가 공식채널이 아닌 개인자격으로 벌이는 ‘프리랜스 외교’ 유혹에 빠지고 말고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 등 기존 외교채널을 통해 핵문제 해결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 국무부는 이날 이번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은 개인 자격에서 추진된 일임을 강조하며 북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변한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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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용 기자
sylee@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