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방북, 美 대북정책에 영향 미칠까?

4일 평양을 방문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140여일간 북한에 억류됐던 커런트TV 소속 유나 리, 로라 링 기자를 데리고 5일 오전(미국 서부 현지시간) 미국으로 돌아왔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1박 2일 일정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평양에 머물렀지만 미국 대통령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김정일과 회담을 가졌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5일 클린턴 전 대통령과 김정일의 면담내용과 관련, “대화의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데 대한 견해일치가 이룩되었다”고 소개했다.

이번 방북에 대해 평양과 워싱턴의 온도차이가 크게 느껴진다.

북한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김정일과의 면담에서 여기자 문제에 대해 사과하고 오바마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말했지만, 미국은 그러한 일이 없다고 일축했다. 북한은 클린턴 전 대통령을 특사 대우했지만 미국은 개인적인 방문이라며 별 다른 언급도 하지 않았다.

북한은 이번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통해 여기자 석방이라는 선물과 함께 자신들이 북핵문제 해결을 진심으로 원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양자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을 공산이 크다.

이러한 예상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번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으로 대화의 물고가 트였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한 북한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태도를 강조함으로서 대북 제재의 실질적 키를 쥐고 있는 중국의 태도를 누그러뜨리는 효과도 기대된다.

그러나 북측의 이러한 노림수와는 달리 미국은 냉정을 유지하면서 북핵 문제에 대한 논의 자체가 제한된 만남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로버트 우드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여기자들을 구출하는 이 개인적인 임무가 실행되는 와중에 우리는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변한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외신에 따르면 익명의 미국의 한 관리는 두 여기자들의 행위에 대해 클린턴 전 대통령이 사과를 했다는 북측의 보도마저 부인하고 나섰다.

이 관리는 “이번 방북 임무에 북핵 문제 등 여기자들의 석방과 무관한 사안에 대한 논의는 포함되지 않았으며, 북한 당국도 사전에 이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의 이같은 입장은 대북제재를 위해 전 세계적인 압박작업을 주도해온 미국이 여기자 석방문제로 자칫 이러한 의지가 약화됐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클린턴 전 대통령과 김정일 사이에 이와 관련한 논의가 전혀 없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또한 여기에서 나눠진 의견이 백악관에 전달되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개인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한 이상, 새로운 제안을 제기했을 가능성은 매우 작아 보인다. 대신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에 정식 제안할 포괄적 패키지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설명하는 수준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클린턴 전 대통령을 통해 미국에 어떤 메시지를 전했는지는 아직 알기 어렵다. 고위급 양자대화를 희망한다는 내용부터 전제조건을 단 6자회담 복귀 내용까지도 포함될 수 있다.

북측이 화해의 메시지를 전했다면 당분간 양국 사이에 대화의 형식을 두고 의견이 오갈 수는 있다. 그러나 북한의 여기자 석방과 화해메시지 전달만으로 미국의 대북정책이 유화적인 태도로 변화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지나친 추측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국제사회 공조를 통해 강력한 제재를 지속하고, 북한이 ‘불가역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할 시에는 북한이 매력을 느낄 만한 ‘포괄적 패키지’를 제공하겠다는 원칙을 밝힌 바 있다.

결국 김정일의 말이 아닌 이러한 원칙에 부합하는 행동만이 미국의 태도 변화를 불러 올 수 있다.

미국은 당분간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 등에 따른 제재 국면을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비핵화 행동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여기자 석방으로 만들어진 일시적인 화해 분위기도 그 모멘텀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유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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