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전 미 대통령의 방북 행보에 대해 북한 조선중앙TV와 노동신문 등이 신속히 보도하고 있지만 평양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지방 주민들은 아직 방북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매체들은 5일 “(회의)석상에서 김정일동지께 빌 클린톤은 바라크 오바마 미합중국 대통령의 구두메쎄지를 정중히 전달해드리였다”며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는 이에 사의를 표하시고 빌 클린톤의 우리 나라 방문을 환영하신 다음 그와 진지한 담화를 하시였다”고 전했다.
이날 데일리엔케이와 통화한 함경북도 소식통은 클린턴 대통령의 이번 방문에 대해 “처음 듣는 소리다”며 “미국 전직 대통령이 온다고 뭐가 달라질 게 있냐?”고 심드렁하게 반응했다.
다른 양강도 소식통도 “저녁 늦게까지 도로 보수 동원에 나갔다 왔다”며 “보도를 듣지 못해 (클린턴의 방문 소식을) 몰랐다”고 전했다.
또 회령시를 비롯한 함경북도 지역은 ‘150일 전투’를 시작하면서 부족한 전력을 공장 기업소에 집중하면서 대부분의 주민지구 전기를 단전하는 조취를 취해 주민들이 클린턴 방북 관련 방송을 시청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양시을 제외한 지방의 경우 당일 신문이 2~3일 후에야 도착하는 형편이기 때문에 간부들에게만 제한적으로 클린턴 방북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방문을 하든 말든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다”며 “클린턴이 방문했다고 배급을 주는 것도 아니고 당장 전기가 오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웃어 넘겼다.
그러면서 “나라(당국)에서는 ‘우리 장군님의 외교전의 승리’라고 크게 선전을 할 것이다. 옛날이면 크게 놀라기도 하겠지만 지금은 정세가 어찌 변해도 우리한테 돌아오는 게 없으니까 별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장군님도 우릴 돌보지 못하는데 바다 건너서 사는 클린턴이 우릴 돌봐주겠냐?”며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한편 양강도 소식통은 이와 좀 다르게 “미국이 우리를 공격(전쟁) 하지 않는 이상 핵을 가진 우리에게 끌려올 수 밖에 없을 것이다”며 “이번에도 미국이 고개를 숙이고 들어온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위(김정일)에선 미국을 끌어들여서 자부심을 좀 가질 수는 있는데 10년 전에도 미국이 고개를 숙였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솔직히 지금 우리는 중국이 던져주는 빵부스러기로 연명해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그러나 중국은 우리가 죽지 않고 숨이 붙어 있을 만큼밖에 도와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13억 인구가 밥 한 숟가락씩만 절약해서 도와주어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쌀 벼락을 맞을 것”이라며 “지금 우리가 고생하는 것은 어찌 보면 수령님 시대부터 소련과 중국 사이에서 양다리치기를 하면서 주변 나라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제 버릇 떼어 개를 못 준다’고 하지 않는가. 이제 와서 중국이나 러시아보다 힘이 센 미국과 붙어서 잘해보겠다고 하는데 미제놈들이 우리를 그냥 도와줄리도 없다. 그냥 우리식으로 살아갈 뿐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