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30일 북한이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등의 위협을 가하고 있는 것에 대해 “그들(북한)은 스스로 더욱 더 깊은 무덤을 국제사회에 파고 있다”고 경고했다.
클린턴 장관은 이날 상원 세출위원회에 출석, 장거리 로켓발사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의장성명’에 따른 대북 제재방침에 북한이 외무성 성명을 통해 유엔의 사죄를 요구하며 ICBM 시험발사와 2차 핵실험 위협을 가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는 매우 진지하게 북한의 최근 행동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북측에 명확히 하고 있다”며 “우리 행정부는 그들에게 어떤 경제적 지원도 할 관심도 없고, 그럴 의향도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클린턴 장관은 국무부가 북한 비핵화 예산으로 1억4천여만달러의 배정을 의회에 요청한 것과 관련, 샘 브라운백 공화당 의원이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지적하자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고 핵시설 불능화에 다시 착수할 때까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이날 클린턴 장관은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미국이 전 세계에서 직면한 심각한 도전들을 설명하면서 “이란과 북한을 위시한 핵 야욕을 가진 무책임한 국가들”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도전들은 새로운 방안과 정부 안팎의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우리는 실용주의와 원칙, 파트너십에 바탕을 둔 새로운 외교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국익에 따라 국제사회를 통한 대북 접근법을 지속할 뜻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특히 클린턴 장관은 “북한이 이 시점에 6자회담에 복귀, 핵시설 불능화를 다시 시작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고도 말했다.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고위급 인사가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가능성과 관련해 이처럼 회의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는 처음이다.
이와 관련, 로버트 우드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클린턴 장관의 발언은 북한의 행태에 대한 국무부의 정세판단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드 부대변인은 6자회담 무산시 대안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전반적인 목표를 달성하는데 있어서 더 나은 방안이 있는지를 계속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혀 6자회담 대체 방안을 검토 중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우드 부대변인은 “우리가 ‘플랜 B’를 현재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우리는 지금 북한을 협상테이블에 돌아오게 하는 노력을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클린턴 장관의 발언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ICBM 시험 등 ‘벼랑끝 위협’에도 미국의 무시전략이 지속될 것임을 엿볼 수 있다.
북한이 ‘위협’을 통해 ‘몸값 불리기’를 시도하는 것은 대미 협상력 강화를 통한 경제적 보상과 더불어 내부 체제결속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미국 행정부가 과거(1993년, 2006년)와 같이 북한의 전략에 끌려와야만이 가능하다.
그러나 클린턴 장관의 이날 입장 발표에서 드러나듯 미국은 ‘대화’ 창구는 열어두지만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는 더 이상 보상이 뒤따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내부 불만을 무마시키고 후계구도를 안착시키기 위해선 미국의 보상이 필요한 북한 입장에서 실제 핵실험과 ICBM 발사를 진행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