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北후계위기 우려 발언 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19일 방한 직전 자카르타발 서울행 기내에서 북한이 후계문제로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해 그 배경과 진의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고위 당국자가 북한이 권력승계를 준비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이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이례적인 경우에 속하고 발언도 서울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유명환 외교부 장관 등을 직접 만나 핵 문제 등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을 최종 조율하기 직전 시점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국무부는 이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클린턴 장관의 발언이 국무부의 견해라고 설명함으로써 대북 문제에서 가장 예민한 사안인 후계 문제와 이후 정세에 대한 발언이 장관의 사견이 아닌 국무부의 공식입장이라고 밝혀 발언의 무게를 더했다.

클린턴 장관이 취임후 첫 해외순방국인 한중일 3국과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4개국 방문을 앞두고 국제경제위기 해결을 위한 협력과 더불어 최대 현안으로 제시했던 것이 핵 등 북한 문제였다는 점도 이번 발언이 무심코 흘러나온 것이 아니라 사전 브리핑과 내부 조율을 거쳐 나온 오바마 행정부의 종합적인 대북정세 판단의 일단일 가능성을 높여준다.

미 국무부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건강상태와 후계구도 등을 둘러싸고 북한의 상황이 예상보다 긴박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이러한 정황들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北후계위기 미사일 위협 촉발

또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위협과 잇딴 호전적인 대남공세도 후계구도를 둘러싼 북한 내부의 이상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게 클린턴 장관의 이번 발언에서 나온 분석이다.

클린턴 장관은 이와 관련, 북한 리더십 상황이 불확실하고 미국은 북한이 건강 이상 문제가 있는 김 위원장을 대체할 후계 문제를 놓고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의 잠재적인 권력구도 변화가 북한과 주변국과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음을 지적했다.

이러한 불확실성이 주는 영향은 최근 계속되고 있는 북한의 호전적인 발언이나 미사일 발사 움직임에서도 분명히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클린턴 장관이 북한의 권력승계가 평화적으로 이뤄진다고 해도 불확실성과 북한 내부에서 권력체제를 공고화하기 위해 도발적인 행위를 촉발시킬 가능성을 경계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그는 “권력 승계가 일어나면, 그것이 평화적이라 하더라도 더 큰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북한 내부에서 권력을 공고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더 도발적인 행위를 촉발시킬 수 있기 때문에 (북한 권력 내부에) 압력이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최근 뇌졸중을 앓은 것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이 건강을 다소 회복하면서 건강이 허락하는 시간 안에 미국 등 주변국가들로부터 북한 체제 안정을 확고하게 보장받는 한편 내부적으로 후계구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게 미국의 현 정세 판단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클린턴 장관의 이번 발언은 오바마 행정부 등장이후 미 외교정책 우선 순위에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등 중동평화 문제에 뒤처진 북한이 미국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벼랑 끝 전술을 이용한 도발에 대비해 한국과 일본은 물론 중국과도 공동전선을 펴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클린턴 장관은 그것이 미국의 목표임을 분명히 강조했다.

그는 “우리 목표는 리더십 상황이 불확실한 시기에 북한의 태도에 효과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전략을 가져가려는 것”이라며 “한국과 중국으로부터 직접 그들이 생각하는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 듣기를 원하는 것이며 우리는 분명히 몇 가지 구상을 하고 있지만 책임을 공유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북한 정세파악 어려움 시인

클린턴 장관은 철의 장막이나 죽의 장막이 쳐진 과거 러시아와 중국보다 더 폐쇄적인 국가인 북한에서 현재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누구도 알기 어렵다는 점을 시인하며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후계문제까지 겹쳐 불확실성을 키우고 긴장을 증폭시키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이 북한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권력승계가 어떻게 이뤄질 수 있을지 그리고 그것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특별히 우려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비핵화와 비확산 문제가 다시 제대로 논의될 수 있게 우리가 최선의 노력을 다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해 앞으로 대북정책에서 우선순위가 북한 비핵화와 핵확산금지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클린턴 장관은 북한 정세 파악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중국과 한국과 일본, 미국의 관리들이 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대화를 언급하면서 “모두 무엇이 일어나고 일어날지를 차 나뭇잎을 보며 점을 치듯이 알려고 애쓰고 있다며 여러 가지 추측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고든 두기드 국무부 부대변인도 “북한의 지도력과 의사결정 과정은 매우 불투명하다. 누가 의사 결정을 하고 있는지도 마찬가지”라며 “우리는 현지에 어떤 직통라인도 없고 북한에서 나오고 있는 것을 듣고도 제대로 된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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