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北에 오바마 메시지 전달했나

북한을 전격 방문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구두메시지를 전달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은 클린턴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이날 회동 및 만찬 소식을 전하는 북한 매체의 보도에서 비롯됐다.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은 이날 오후 10시 방송을 통해 클린턴 전 대통령이 이날 회동에서 김 위원장에게 오바마 대통령의 구두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오바마 대통령의 “구두메시지를 정중히 전달”했으며 김 위원장은 이에 사의를 표하고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환영한 뒤 그와 “진지한 담화”를 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전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 언론의 보도 이후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미국 백악관의 로버트 깁스 대변인은 “사실이 아니다”고 전면 부인했다.

이에 따라 북한 언론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이 전달했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구두메시지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구두메시지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먼저 북한 매체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오바마 대통령의 구두메시지는 억류 여기자들에 대한 처우와 사면을 통한 석방에 동의해 준 데 대한 사의를 표하는 내용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더 나아가 클린턴 전 대통령이 현직 국무장관의 남편이자 여당에 상당한 ‘지분’을 가진 전직 대통령으로서 억류 여기자 문제뿐만 아니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오바마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을 가능성까지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개인 자격으로 미국 여기자들의 석방을 위해 방북했고 현직 정부 인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외교 당국자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외교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최고위급 인사이긴 하지만 민간인 신분인 만큼 외교정책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 위임을 받았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에 더해 미국이 구두메시지의 존재 자체를 부인했다.

이는 앞서 백악관이 대변인 성명을 통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여기자들을 석방하기 위해 이뤄진 “오로지 개인적인 활동(solely private mission)”이라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는 부분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클린턴 전 대통령은 현직에서 물러난 지 8년이 넘은 민간 인사일 뿐”이라며 “아무리 현직 국무장관의 남편이자 비중 있는 인물이라 해도 민간인이 정부의 공식입장을 다른 국가에 전달한다는 것은 합리적인 서구 문화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처럼 북한 언론이나 미국 백악관이 서로 배치되는 주장을 하고 있어 북.미 중 어느 한 쪽이 거짓말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구두메시지’에 대한 북.미 양측의 개념이 다른 데서 비롯되는 혼동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교소식통은 이와 관련, “클린턴 전 대통령이 공식적인 메시지는 아니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사의를 전달했을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이 공식적인 메시지가 아니라고 부인해도 북측이 이를 ‘구두메시지’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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