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北에 ‘비핵화 상응 대가’ 강조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북미 양자대화가 열릴 경우 북측에 ‘상응하는 대가’와 ‘인센티브’를 분명하고 명확하게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향후 미북 양자대화의 의제가 ‘포괄적 패키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클린턴 장관은 이날 오후 국무부에서 우루과이 대통령과의 회담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북미양자대화 추진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성 김 대사가 (최근 아시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6자회담 파트너들과 만나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노력한다는데 합의했으며, 미국이 6자회담 재개를 지지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밝혔다”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은 “그러나 그들은 북한을 회담 테이블로 복귀시키는 방안의 하나로, 6자회담의 목적이 무엇인지 또 가능한 상응하는 대가와 인센티브가 무엇인지를 북측에 직접적으로 분명하게 설명하는 방식도 모색될 수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클린턴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미북 양자대화의 목표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라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또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해 비가역적 비핵화 조치를 이행할 경우 이에 상응하는 보상조치로서 미북 관계정상화, 체제보장,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북측에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미국과 북한은 뉴욕채널 등을 통해 양자대화 시점과 의제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고, 이같은 논의는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 시점은 10월말 또는 11월초가 유력할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최근 북한과의 양자대화 수용 입장은 미국의 ‘대화-제재’라는 투트랙 접근의 본격적인 행보지만, 이 과정에서 보였던 미국의 태도 변화는 북한에 대한 양보 조치로 평가돼 향후 본격적인 협상국면에서도 이같은 상황이 반복 또는 지속 되는게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6자회담 복귀를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동안 견지해 왔던 ‘6자회담 틀 내 북미 양자대화’ 입장에서 후퇴한 것으로 사실상 북한의 미북 양자대화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또한 미북 양자대화에서 대북 경제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북측에 전달하겠다는 점도 그동안 미 행정부가 6자회담 복귀 목적으로 북한과 그 어떤 실질적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설명과도 온도차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은 ‘김(정일), 또 한 번 승리하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 11일 북핵 6자회담을 구하기 위해 북한과 양자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은 외교를 살리려고 자신의 외교를 스스로 훼손한 것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결국 미북 양자대화 수용은 미국의 첫 번째 양보로 평가되며, ‘6자회담에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북한 입장을 바꾸기 위해서는 두 번째 양보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이에 대해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은 “미국의 외교정책은 초기 강경정책에서 점차 유화정책으로 변화하는 패턴이 지속돼 왔다”면서 “북한과 대화재개를 위한 미국의 입장 변화는 최근 미국내 행정부 지지율과 내년 하반기 중간선거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연수 국방대 교수도 “계속된 북한의 양자대화 구애작업과 현재 미국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어려움에 처한 외교상황을 고려할 때 양자대화를 수용해 북한과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는 성과를 내보여야 할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클린턴 장관의 인센티브 제시 발언도 보다 실질적인 양자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안보연구실장과 김 교수 모두 미국의 양자대화를 통해 6자회담 복귀를 전제로 인센티브를 제공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동안 국제사회와 공조를 주도해 왔던 미국의 행동을 스스로 부정하는 일로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6자회담 관련국들은 북한의 비가역적 비핵화 조치가 있기 전까지는 현재 북한에 가해지고 있는 제재조치를 풀 태세가 아니다. 북한과 대화를 진행하면서도 제재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것으로 지난 6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결의 1874호의 효과도 시간이 경과될수록 그 효과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