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의 숨가빴던 한국체류 21시간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19∼20일에 걸쳐 21시간여 동안의 방한 기간 빠듯했던 일정을 순조롭게 마무리했다.

특히 클린턴 장관은 20일 아침부터 중국으로 떠나기 전까지 약 11시간 동안 무려 9∼10개의 공식.비공식 일정을 무리 없이 소화해 “역시 정치인 출신답다”는 평을 들었다.

학생부터 국가원수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계속해서 만나는 여러 일정을 매끄럽게 소화해냈기 때문이다.

19일 밤 10시20분께 전용기를 타고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클린턴 장관은 한덕수 주미대사와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 등과 국방부 의장대의 영접을 받고 곧바로 숙소인 서울 시내 모 호텔로 이동했다.

이 자리에서도 클린턴 장관은 정치인답게 멀리 포토라인에서 취재하던 기자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여유를 보였다.

방한 첫날밤을 특별한 일정 없이 보낸 클린턴 장관은 이튿날인 20일 오전 8시50분 서울 용산의 한미연합사 방문을 시작으로 공식 방한 일정을 시작했다.

연합사에서 45분가량 머물며 북한의 도발 움직임을 보고받은 클린턴 장관은 오전 9시35분께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의 회담을 위해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떠났다.

15분 만인 오전 9시50분께 회담장으로 들어선 클린턴 장관은 간밤에 내린 눈을 소재로 대화하며 회담장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유 장관이 “서울에 눈이 왔다”고 말문을 열자 “눈이 온 게 길조라면 내가 온 덕분에 눈이 내린 것”이라고 화답한 것.

50분 가까이 진행된 회담에서도 클린턴 장관은 정치인 출신다운 화통한 모습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회담에 배석했던 한 외교 당국자는 “의제를 미리 정하지 않아 돌출발언이 나오지는 않을까 걱정했던게 사실”이라며 “클린턴 장관은 우리 입장에서 놀랄 정도로 마음에 드는 말만 골라서 언급했다”고 회담장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클린턴 장관은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한미공조에 대해서는 아주 확실하게 한국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면서도 양국간 갈등의 소지가 있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나 아프가니스탄 지원 문제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의견만 주고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분위기는 회담 뒤 가진 공동기자회견까지 이어졌다.

클린턴 장관은 오전 10시48분께 검은색 하의, 빨간색 상의의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회견장에 들어서 손을 흔들며 카메라 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했다.

약 20분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도 클린턴 장관은 시종 여유를 보이며 난처한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짧게 답하거나 천연덕스럽게 원론적인 발언으로 즉답을 피해갔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바로 청와대로 이동,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한 클린턴 장관은 대통령이 주관한 오찬까지 참석하고서 영부인 시절 주미 한국대사였던 한승수 총리를 찾아가 도렴동 정부종합청사 9층 엘리베이터 앞에 마중 나온 한 총리와 포옹을 나누며 서로의 근황을 묻기도 했다.

우리 정부 인사들과 일정을 마친 클린턴 장관은 바로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로 이동, 한국 여성지도자로 초청받은 10여 명과 환담을 나눈 뒤 대강당에서 2천여명의 학생들에게 ‘여성의 경쟁력 강화’를 주제로 짧게 강연하고 자유로운 질의응답의 시간을 가졌다.

이어 오후 3시30분께 숙소에서 국내 5개 언론사의 여성 언론인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들을 초청해 격려하고 오후 7시35분께 다음 행선지인 중국을 향해 떠남으로써 21시간의 ‘짧고도 긴’ 방한일정을 마무리한다.

한편, 정부는 클린턴 장관의 숙소와 회담장 주변에 각각 3개와 2개의 경비중대를 배치해 경호와 매끄러운 행사 진행에 일조했다. 클린턴 장관의 근접경호는 청와대 경호처 요인경호팀과 미국 국무부 경호요원이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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