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싱 본 北주민 “어쩜 여기 현실 그대로…”

최근 북한 함경북도 등 접경지역 주민들 사이에 2008년 한국에서 개봉했던 영화 ‘크로싱'(감독 김태균)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내부 소식통이 4일 전했다.


밀수업을 하는 함경북도 소식통은 데일리NK에 “요즘 ‘크로싱’ CD알(DVD)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며 “당국의 장마당 단속이 강화됐지만 주민들은 밀수꾼이나 장사꾼 등에게 웃돈을 주고 CD알을 구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가격이 일반 CD알보다 3배나 비싼 6000원 정도지만 물건(크로싱 DVD)이 없어 팔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크로싱 영화를 본 사람들은 ‘어쩌면 여기 현실을 그대로 표현 하였는가’라고 평가하고 있다”면서 준이가 중국으로 탈북하는 장면과 노동단련대에서 고생하는 장면, 끝내 아버지를 만나지 못하고 몽골의 벌판에서 죽는 장면을 회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화 ‘크로싱’은 결핵에 걸린 아내를 살리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중국으로 탈출한 주인공 김용수(차인표 분)과 그의 아들 준(신명철 분)의 안타까운 사연을 그리고 있다.


벌목장에서 일하면서도 북한으로 돌아갈 날만 학수고대하던 주인공은 중국 공안(경찰)의 단속에 쫓기다 한국으로 오게 되고, 그 기간 병세가 악화돼 어머니를 떠나보낸 11살 준이는 혼자 남게 된다.


이후 용수를 찾아 홀로 탈북을 감행하던 준이는 국경경비대에 사로잡혀 노동단련대에 끌려가 갖은 학대를 받는다. 영화는 준이의 눈으로 임신부 등이 노동단련대 내에서 당하는 끔찍한 인권유린 현장도 고발한다.


용수가 보낸 브로커를 통해 탈북에 성공한 준은 몽골 사막을 헤매다 결국 죽음을 맞는다. 준의 주검 앞에 목 놓아 우는 용수의 마지막 모습은 2만 탈북자들이 겪은 어제와 오늘이 그대로 투영하고 있어 수많은 이를 눈물 짓게 만들었다.


이처럼 ‘크로싱’은 탈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참한 인권현실과 북한 내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현지 주민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크로싱의 내용이 오늘날 북한의 현실이다. 특히 이 지역에 탈북자가 많아 인기인 것 같다”며 “중학교 학생들도 가방에 넣어 가지고 다니면서 서로 빌려 주는 등 크로싱에 대한 인기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양강도 소식통은 “평성과 함흥, 사리원에서도 한국 드라마나 영화가 담긴 CD알을 구입하기 위해 온다”면서 “(장사꾼들이)전에는 남녀 간의 사랑을 담은 드라마를 즐겨 찾았는데 최근에는 북과 남의 관계를 그린 영화나 드라마를 주로 찾는다”고 말했다. 이 중에서 ‘크로싱’의 인기가 단연 높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소식통은 이어 “일반 CD알은 한 장에 2000원, 재미있는 역사 드라마는 한 장에 4000원인데 ‘크로싱’이나 ‘아이리스’는 한 장에 5000원을 한다”며 “단속이 강화돼 위험은 하지만 CD장사꾼들이 요즘 돈을 많이 벌고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