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알라룸푸르 한·중 정상회담 대화록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12일 오전(이하 현지시간)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관계, 일본과의 관계, 북핵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노 대통령과 원 총리의 회담은 지난해 11월 라오스 비엔티엔에서 개최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난데 이어 1년여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아세안+3’ 정상회의 개막에 앞서 개최된 이날 회담은 오전 9시40분부터 노 대통령의 숙소인 샹그릴라호텔에서 이뤄졌으며, 당초 예정보다 20분 가량 길어진 50분간 진행됐다.

두 정상은 ‘2008년까지 양국 교역액 1천억불’ 목표가 3년이나 앞당겨진 올해 달성되는 등 양국관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대해 만족감을 표시하고 대(對)일관계, 북핵문제 등에 대해서도 인식을 공유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중국이 안정속에 꾸준한 경제발전을 이루고 있고 호혜적인 정신에 입각해 아시아와의 관계강화에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고, 원 총리는 “한국민은 창조력, 혁신력, 응집력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음은 정우성(丁宇聲) 청와대 외교보좌관이 소개한 두 정상의 발언 내용 등을 토대로 대화록을 재구성한 것이다.

◇양국 관계

▲노 대통령 = 원자바오 총리가 취임한 이래 지난 2년간 한중관계가 많이 발전했다. 한중관계 발전속도가 너무 빨라 2년 전에 세웠던 계획을 다시 수정해야 할 정도였다.

▲원 총리 = 양국간 교역액 1천억불 달성 목표를 조기 달성하게 됐다. 이런 관계발전은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지금 보면 2012년까지 2천억불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노 대통령 =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 준비는 잘되고 있느냐.

▲원 총리 = 잘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 베이징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국가의 품격과 지위가 한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원 총리 = 지난번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방한은 성공적이었다. 특히 한중간 문화분야 교류가 크게 확대될 것이다. 2006년 한국에서 개최될 ‘중국을 느끼자’ 행사, 100명의 한국 청년의 중국 방문 초청 등을 통해서 양국간 문화교류가 증진될 것이다.

▲노 대통령 = 젊은이들의 교류가 장래에 양국관계의 심화에 기여할 것이다. 중국은 안정속에서 꾸준히 성공적인 경제발전을 해왔다. 또한 아시아에 대한 대외정책과 관련, 중국이 호혜적인 정신에 입각해 관계강화에 노력하고 있다.

▲원 총리 = 한국은 두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는 한국 국민의 창조력과 끊임없는 혁신력이고 둘째는 한국 국민의 응집력이다. 한국의 발전 과정에서 자기 힘에 의한 끊임없는 혁신을 봤다. 철강.기계.자동차.전자 산업을 보면 창조력, 혁신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또한 한국 국민은 어려울 때 응집력을 보여주는 것 같다. IMF 외환위기시 한국 국민들의 금 모으기 등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국가가 어려울 때 나타나는 애국심과 응집력은 대단히 중요하다.

▲노 대통령 = 중국의 원자력 발전과 관련해 우리 기업들에게 기회를 달라. 최근 우리 기업들이 원전 능력 등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 발주 및 참가자격 부여 등에 기회를 주기 바란다.

▲원 총리 = 한국 기업이 외국 기업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것이다. 우리는 이웃나라로서 한국의 원전 참여를 검토해 나갈 것이다. 중국은 향후 15년 약 4천만㎾ 규모로 원전을 건설하려고 한다. 원전 분야에서도 한국이 자체 설계.제조.수출하는 것을 보면 한국의 혁신, 창조력 등이 잘나타나는 것 같다.

▲노 대통령 = 원 총리께서 내년에 한국을 방문해 달라.

▲원 총리 = 빠른 시일내에 꼭 방문하도록 해보겠다. 대통령께서도 다시 한번 중국을 방문해 달라. 후 주석의 안부를 전해드린다.

◇대일 관계

▲원 총리 = 이번 말레이시아에서의 한.중.일 정상회담이 일본의 역사인식 문제로 연기됐다. 중국은 한.중.일 3국간 협력을 대단히 중요시 하는데 일본의 지도자가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여러차례, 내 기억으로는 5번인데, 참배해 중국과 한국 국민들의 감정을 크게 손상시키고 중일관계, 한일관계에 많은 장애를 만들었다.

중국은 여전히 한.중.일 3국 간의 협력 강화가 3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된다고 여기고 있으며 적극 노력해 나갈 것이다. 그런데 이런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일본 지도자에 달렸다.

▲노 대통령 = 기본적으로 한.중.일 3국 관계에 대한 원 총리의 인식과 야스쿠니신사 참배로 인해 이번 3국 정상회담이 연기된 것과 관련한 (중국측의) 판단에 동의한다.

지난번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가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와의 회담에서 세가지 명확한 원칙을 일본에 전달했다. 첫째는 야스쿠니 참배는 안된다, 둘째는 역사는 바르게 가르쳐야 한다, 셋째는 독도문제는 일본이 거론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세번째는 한일간의 문제이다.

▲원 총리 = 대통령의 말씀에 공감한다. 대통령이 언급한 첫번째, 두번째 문제는 중국과 일본도 다투는 문제이다. (한일간 독도문제 처럼) 중국도 일본과 또다른 문제가 있다.

◇북핵문제 및 6자회담

▲원 총리 = 4차 6자회담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은 중요하다. 6자회담에서 한중간 입장은 거의 같다. 이는 첫째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적 방법을 통한 해결이다. 둘째 중국은 한반도 핵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한국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평가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6자회담 과정에서 시종일관 한중이 긴밀한 협력을 해왔는데 앞으로도 이 협력은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6자회담이 지금 대단히 중요한 시기에 도달했다. 후퇴하지 말고 계속 매진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같이 노력해 가야한다.

▲노 대통령 = 중국의 역할에 대해 감사한다. 특히 중국이 북한 설득에 계속 노력해주기 바란다./쿠알라룸푸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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