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카스트로 사임 이후 시나리오는

반 세기 동안 쿠바를 지배해온 독재자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19일 공식 사임을 발표한 이후 쿠바의 향후 정국 전개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일단 카스트로 의장이 권력에서 물러난다고 해도 그가 살아있는 한 현 체제에 큰 변화가 있으리란 기대는 섣부르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특히 카스트로 의장의 악화된 건강이 오히려 그에게 권력 이양의 `연착륙’을 가능케 하는 과도기를 부여해줬다는 점에서 `축복’일 수 있다는 진단마저 나온다.

그러나 카스트로 의장의 유력한 후계자로 떠오른 동생 라울이 실제 국가평의회 차기 의장직에 오르기까지는 불확실성과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 “카스트로, 권력 쥔 채 사망할 가능성 높아” =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카스트로 의장의 사망시까지 막후 권력이 건재한 상황이 이어지리란 것이라고 영국방송 BBC 인터넷판이 19일 보도했다.

반면 그가 구축한 권력이 내부 쿠데타 등에 의해 전복될 가능성은 가장 희박한 축에 속한다.

수 개월간 카스트로의 와병기를 지켜본 한 서방 외교관은 “카스트로의 병은 쿠바 현 정부에게는 매우 다행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카스트로 의장의 병이 그를 사임하게끔 했으나 그를 죽이지는 않았다는 것. 따라서 그의 후계자는 갑작스런 그의 죽음이 정부에 미칠 충격을 피하고 미래를 준비할 여유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향후 쿠바는 점진적인 변화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76세인 동생 라울은 지난 19개월 동안 임시 대통령으로서 실제 권력을 행사해왔으며 그가 이끄는 군의 영향력도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어서 당분간 그의 후계자 구도를 위협할 요인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라울 스타일 개혁 펼쳐질까” = 라울은 가족에 집착하고 집무시간을 지키며 유머가 넘치는 스타일이다.

또한 이데올로기에 대해선 형과 달리 큰 믿음을 갖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라울은 공개적으로 쿠바 경제의 비효율성에 대해 수 차례 언급한 바 있으며 농업부문의 중앙통제 탈피 등 제한적 개혁을 추진해왔다.

무엇보다 월 15달러의 공식 임금으로는 실제 생활이 불가능한 경제구조의 모순에 대해 그가 수술용 `메스’를 들이댈 가능성이 있다.

또한 정부 허가 없이 여행과 인터넷 접근이 불가능한 현실을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젊은이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다.

실제 쿠바인들의 변화를 향한 기대도 적지 않다.

자신을 `안드레스’라고만 밝힌 63세의 쿠바인은 “라울의 집권 하에서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하며 “카스트로 치하에서는 변화 조치가 꽃망울도 피기 전에 잘려나가곤 했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 같은 개혁조치가 단행될 경우 그의 명성은 높아질 것이지만 동시에 기대 수위가 높아지면서 국정 유지의 불확실성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 “후계자 관련 카스트로 공식언급은 `더 젊은 세대’ 뿐” =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라울이 차기 평의회의장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카스트로 의장의 사임 의사가 담긴 편지에는 후계자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으며 현재까지 알려진 그의 공식 발언은 `보다 젊은 세대’에 권력을 넘기겠다는 원칙 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차기 후계자로 거론될 수 있는 인물은 경제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카를로스 라헤 다빌라(57) 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의 심복으로 알려진 펠리페 페레스 로케(43) 외무장관 등이라고 BBC는 전했다.

카스트로 의장을 `눈엣가시’로 여겨온 미국과의 관계는 향후 쿠바의 권력구도에도 민감한 영향을 미치게 될 변수다.

특히 카스트로 사임 이후 불안이 가중될 경우 미국으로의 이민 시도가 급격히 증가하며 사회적 불안이 증폭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미 해안경비대의 루이스 디아즈 대변인은 카스트로 사임이 불러올 대량 이민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우리는 비상사태에 대한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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