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지도부 임기 제한”…50년 세습 북한은?

국가 지도부의 임기를 최장 10년으로 제한하는 개혁조치를 발표한 쿠바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쿠바의 이번 조치는 3대세습 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북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지난 16일 쿠바 사회주의국가 선포 50주년을 맞아 14년만에 개최한 제6차 공산당대회에서 “과거 혁명 지도자들이 독점하고 있는 공산당과 행정부 조직 개편을 통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라면서 자신을 비롯한 정치인과 주요 공직자의 임기를 5년씩 2회, 최장 10년으로 제한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지난 1959년부터 52년간 권력을 유지해 온 피델·라울 카스트로 형제의 통치종식 선언과 함께 혁명 이후 세대로의 세대교체 의지를 밝힌 것으로 쿠바 공산주의 역사상 전례가 없다는 평가다. 북한으로 따지면 김정일이 “국방위원장 임기를 제한하자”고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라울 의장은 이르면 2013년, 늦어도 2018년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이 같은 라울의 임기제 발언은 튀니지에서 시작된 ‘재스민 혁명’의 파급 가능성을 의식한 조치로 해석해 볼 수 있다. 민주주의 혁명의 바람이 불어닥치기 전 정치개혁을 통해 자신의 집권기간을 보장 받겠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라울 의장은 쿠바 계획경제제도의 근간인 식량 배급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쿠바인들이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사용하는 ‘배급 통장(ration books)’제도가 “경제에 감당할 수 없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근로 의욕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단계적 폐지를 예고했다. 이 외에도 정부 보조금 축소, 자영업 허용 범위 확대, 이중환율제도 폐지 등 약 300개의 개혁 과제를 제안했다.


라울은 2008년 친형인 피델 카스트로에게서 권력을 넘겨받은 뒤 소농민에 대한 국유지 임대, 자영업 허용, 주택 임대와 종업원 고용 등의 개혁정책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8월에는 공무원 수를 50만명으로 감축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쿠바의 개혁 조치는 3대세습 체제 공고화에 주력하고 있는 북한의 모습과는 대조를 이루는 것으로 이번 개혁의 진위와 성공 여부를 떠나 북한의 고립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구상에서 50여년 넘게 세습독재를 실시하고 있는 국가는 북한과 쿠바 두 곳 뿐이다.


사회주의 국가로 우의를 다져왔던 양국 관계에도 변화가 점쳐진다. 이영호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겸 총참모장은 지난해 11월 쿠바를 방문해 쿠바가 공격당할 경우 북한은 함께 싸울 것이라며 양국관계를 과시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쿠바가 정치·경제 분야에서의 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경우 양국간 관계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쿠바의 이번 개혁 조치가 대북 라디오나 국경을 통해 북한 내부로 전해질 경우 중동 민주화 혁명 소식과 더불어 내부 민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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