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변화 난망…“카스트로 사임은 소극(笑劇)”

피델 카스트로가 19일 발표대로 거의 50년 만에 최고 권좌에서 물러난다고 해도 쿠바에서 당장 급격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전망이다.

카스트로는 2006년 7월 장출혈 수술을 받으면서 국정운영을 동생인 라울 국방장관에게 맡겼으나 그 동안 중요 정책 결정에 참여한 것은 물론 관영매체를 통해 다양한 주제로 의견을 밝히는 등 와병중에도 건재를 과시했다.

특히 지난 50년 동안 도전자 없는 절대권력을 휘둘러온 만큼 공산당 정권이 유지되는 한, 또 그가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카스트로가 권력을 온전히 넘겨주면서 후계자를 지명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그가 살아 있는 구축한 질서를 허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 마이애미 대학의 쿠바 전문가 조지 피논 연구원은 블룸버그 통신과의 회견에서 “당분간 카스트로의 영향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변화 조짐들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피논 연구원은 “이제까지 쿠바에서 시스템에 대한 비판은 있었어도 개인에 대한 비판은 없었다”고 상기시키고 “앞으로도 쿠바에서 카스트로를 비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구 소련에서 외무장관을 역임한 에두아드 셰바르드나제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전화회견에서 “그가 자진하여 사임한 것은 매우 용기가 있다는 증거”라고 치켜세우고 “카스트로는 자신이 구축한 쿠바의 제반 체제가 자신의 사후에도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콜롬비아 야당의원으로 카스트로를 3번 만난 적이 있다는 윌손 보르하 의원은 “카스트로는 가뭄, 재정 및 경제 고립, 폭동 등 쿠바가 직면해야 했던 모든 파국을 극복했다”고 존경을 표시했다.

쿠바를 등지고 망명길에 오른 반체제 주민들이 모여 살고 있는 마이애미에서는 카스트로 사임소식에 “또 다른 웃음거리에 불과하다” 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고국에서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카스트로가 장출혈 수술을 받으면서 권력을 이양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당시만 해도 마이애미 쿠바계 주민들 사이에는 축제 분위기가 역력했으나 이번 카스트로 사임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신중한 가운데 고국의 정치.사회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옷가게에서 일하는 클라라 디아스는 dpa 통신과의 회견에서 “카스트로 사임은 새로운 소극(笑劇)에 불과하다”고 평가하고 “쿠바에 진정한 민주정부가 들어서고 쿠바가 자유롭게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망명단체 ‘비힐리아 맘비사’의 회원이라는 미겔 사아베르드라는 쿠바계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널리 알려진 베르사유 식당에서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우리는 완전한 자유를 원한다. 공산주의자들은 항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소극에 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콘수엘로 페레스(69.여)는 “카스트로는 이미 권력을 떠났으며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사임 발표는 국민을 계속 탄압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남미풍의 챙이 넓은 흰색 모자를 쓰고 시가를 문 알베르토 에르난데스는 AFP 통신과의 회견에서 “한밤중에 카스트로 사임 소식을 친구로부터 전화로 전해듣고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고 밝히고 “카스트로 사임 소식은 악마에게 작별을 고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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