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공산경제 파산’ 선언과 북한의 선택

현재 지구상에 공산주의는 북한과 쿠바 중국 베트남 라오스 5개국뿐이다. 그러나 중국과 베트남은 이미 사실상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됐고, 라오스도 정치적으로는 공산당 1당 독재가 지속되고 있지만 실물경제에서는 시장경제가 가동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북한과 쿠바. 하지만 쿠바마저도 북한을 버리고(?) 앞선 국가들의 전철을 밟고 있다. 피델 카스트로 병환으로 권좌를 물려받은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은 집권 이후 꾸준한 경제개혁을 통해 사실상의 자본주의 경제모델로의 편입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피델 카스트로 전(前) 국가평의회 의장은 최근 미국의 ‘애틀란틱’지와의 인터뷰에서 “쿠바의 공산주의 경제모델은 자국에서조차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쿠바의 경제모델이 다른 나라에 전파할만한 것이냐는 해당 기자의 질문에 “쿠바의 모델은 우리에게조차도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도 답했다.


카스트로 입에서 직접 나온 공산주의 실험 실패선언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의미가 남다르다. 



인터뷰에 참석했던 줄리아 스웨이그 미국외교협회(CFR) 쿠바 전문가는 카스트로 전 의장의 이런 발언과 관련, 최근 경제 부문과 관련한 개혁정책을 시도하면서 공산주의자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동생 라울 카스트로 의장을 지지해주는 발언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자의든 타의든 북한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폐쇄적인 국가 계획경제모델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가 됐다. 문제는 계속되는 식량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자력갱생’만을 외치고 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등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남한의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1068조원으로 북한의 28조원보다 37.3배, 1인당 GNI는 남한이 2192만원으로 북한의 122만원보다 17.9배가 많았다. 그만큼 소득 면에서나 경제 규모에서 남한은 북한을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대외 경제에서는 더욱 차이가 커진다. 지난해 남한의 무역총액은 6866억 달러인 반면 북한은 34억1000만 달러에 그쳤다. 남북 간 격차가 무려 201.4배에 달한다. 또 수출의 경우 남한은 3635억 달러, 북한은 10억 달러로 343배, 수입은 남한이 3230억 달러, 북한이 23억 달러로 137.5배 차이가 났다.



이 같은 격차는 북한의 폐쇄적이고 비효율적인 자력갱생 경제노선에 원인이 있음이 분명하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 주석조차도 지난달 있었던 김정일과의 정상회담에서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은 중국의 개혁·개방 30여 년간의 경험이다. 자력갱생도 중요하지만 경제 발전은 대외협력과 분리될 수 없다”며 ‘자력갱생’을 고집하는 김정일에 훈수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김정일은 “지금 우리에게는 부족한 것도 많고 없는 것도 적지 않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것을 남에게 의존하여 풀어나갈 수는 없다”며, 당·군·국가경제 기관 간부들에게 “자력갱생만이 살 길”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런 그가 후진타오 주석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중국이나 베트남, 라오스, 쿠바와 같이 개혁·개방 노선을 선택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당장 44년 만에 열릴 예정인 북한 당대표자회는 후계세습을 통한 독재 권력의 연장에만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결국 이로 인한 고통은 고스란히 북한 인민들의 몫이다. 김정일 정권은 사회주의를 부르짓고 있지만 인민들의 의식주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그럴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다. 언제 끝날지 모를 ‘고난의 행군’은 오늘도 내일도 계속될 뿐이다.



한편, 북한은 지난 4일 대한적십자사 앞으로 쌀과 중장비, 시멘트 등의 지원을 요구하는 통지문을 보내왔다. 아무리 봐도 ‘자력갱생’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중적이고 이율배반적인 구걸 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



북한의 식량난은 지속적이며 구조적인 문제다. 독재권력을 위해 식량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인 개혁·개방을 외면하고 언제까지 버틸 수는 없다. 지도자가 이를 거부하면 인민이 지도체제를 바꿀 수밖에 없다. 세계인들은 지구상 유일의 세습제와 폐쇄적 공산주의 모델을 고집하고 있는 북한의 운명에 더욱 큰 관심을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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