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최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채택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는 각종 뉴스·외국 문화콘텐츠 등의 외부 정보 유입·유포는 물론 체제 우상화 선전물 등 내부 정보 유출에 관한 통제 강화가 총망라된 것으로 전해졌다.
데일리NK 취재 결과를 종합해 보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일단 ▲외국 라지오(라디오) 방송 청취, 녹음 및 유포 ▲외국 불순녹화물·영상물·도서, 그 외 출판물 유입과 유포 ▲국가 미승인 음악 복제 및 유포 행위를 비법(불법)이라고 규정했다.
법 조항의 순서는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지만, 해외 라디오 방송 청취 문제가 서두에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이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되는 라디오 방송을 상당히 민감하게 보고 있는 셈이다.
외국 녹화물과 관련한 금지는 한국 문화콘텐츠 차단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는 국경봉쇄 이후 북한 주민들의 한국 드라마나 영화 시청 빈도 증가에 대한 대응 조치로 풀이된다.
또한 외국 출판물에는 성경책이 포함돼 향후 주민들에 대한 종교 탄압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여러 명이 불순녹화물·영상물·도서를 보다 적발되면 주모자는 공개재판을 받고, 동조자도 법적 처벌을 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특히 미승인 영상물이나 도서를 유입하거나 유통한 책임자도 공개 재판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형법 개정이 완료되면 공개 재판 빈도가 확대됨에 따라 이른바 ‘공포정치’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등록되지 않은 기기 무상몰수”…각종 콘텐츠 복사·유포 사전 철저 차단 의지 |
또한 각종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는 기기에 관련된 통제도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적시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국가의 기술검사표가 없는 전자기기 사용 적발시 기재 무상몰수를 강조했다고 한다.
여기서 국가의 기술검사표가 없는 전자기기란 국가보위성 산하 중앙27국에 사전 신고하지 않은 TV, DVD플레이어, 컴퓨터, 휴대전화 등을 의미한다. 등록되지 않은 기기를 통해 외부 정보가 확산되는 걸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북한 당국은 올 초에도 정보 및 사상문화 유출입 차단을 목적으로 전자기기 관리 사업 강화에 대한 지시를 하달한 바 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김정은 ‘反사회주의 투쟁’ 후속 조치… “영상 기기 통제 강화” 지시)
또한 개인 손전화(휴대전화)에 국가가 승인하지 않은 그림, 전자도서, 음악 등을 저장하거나 사진관 인쇄기에서 불법 복사 시 법적으로 처벌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각종 콘텐츠의 유포를 엄격히 통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아울러 국경 연선지역에서 국가가 허용하지 않는 인민생활소비품, 잡화, 전기제품 등의 밀수, 밀매, 유통도 법적 처벌 대상이라고 명시했다.
국가가 승인하지 않은 공산품은 한국산 물품을 일컫는 것으로, 북한 당국은 이를 지속 단속 및 통제해 왔다. 북한 주민들이 질 좋은 한국산 제품을 사용할 경우 환상을 품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상화 도서 개인 휴대전화에 저장 말라”…민감 내부 정보 유출에 과민 반응 |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서 눈에 띄는 점은 ‘불멸의 력사(역사)’, ‘불멸의 향도’, 불멸의 려정(여정)’ 등 김씨 일가 우상화 도서의 복사, 저장, 유포 금지를 명시했다는 점이다.
기존에도 북한은 국내 서적의 유출을 법으로 금지했지만 파일을 개인 휴대전화에 저장하는 행위 조차 금지함으로써 우상화 도서의 유출 가능성까지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한편,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의 세부 처벌 규정인 형법 개정도 내년 1월 하순으로 예고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관련 절차가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