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도 계속되는 北 집단 사상교육… “주 1회 1시간씩”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선전활동을 하고 있는 김정숙평양제사공장 모습./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최근 반미(反美)·반일(反日) 계급 교양을 강화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년간 지속된 대북 제재에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경제 상황이 여의치 않자 사상 교육을 강화해 내부 결속을 유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0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얼마 전 미일제국주의자들이 우리 땅을 일시적으로 강점했을 때 감행한 만행에 대해 계급 교양을 강화하라는 당적 지시가 내려왔다”며 “각 초급당위원회에서는 선동원들과 만든 계급 교양 자료로 한 주에 한 시간씩 조직별 학습 시간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계급 교양은 사회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주민들의 결속력,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을 이끌어내려는 목적에서 실시하는 사상교육이다. 북한은 전국 곳곳에 계급교양실과 계급교양관 등을 만들어 놓고 전 주민을 대상으로 한 사상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관영 매체들도 ‘한시도 늦출 수 없고 한순간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 반제계급교양이다’라는 표제를 내걸고 관련 보도를 지속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11일 ‘식민지예속화를 노린 일제의 날강도적인 토지약탈행위’, ‘악명높은 동양척식주식회사’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낸 바 있다.

실제 소식통은 “계급 교양의 구체적인 내용은 일제가 실험용 독가스를 생산할 목적으로 조선 사람들에게 범죄를 저지른 철천지원쑤(원수)라는 것”이라며 “미제가 신천(황해남도) 땅에서 저지른 만행에 대한 자료를 강조하면서 계급적 원쑤의 과녁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황해남도 신천군은 북한에서 반미 계급교양의 대표적 거점으로 꼽히는 곳이다. 북한 당국은 6·25전쟁 때 이곳에서 미군에 의한 주민 대학살이 일어났다고 주장하면서 신천박물관 등을 세워 두고 반미 계급교양을 실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은 계급 교양에 참여하는 주민들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면서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조직 책임자를 문책하는 등의 방법으로 주민들의 사상투쟁 의식을 고취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계급 교양 시간에 안경을 안 가져와 자료를 제대로 읽지 못한 주민에게 사상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며 “전쟁에 총을 안 가지고 나가는 병사와 같다는 비판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다음번 조직 생활총화 시간에 당위원장이 그 사람을 끌어내 사상투쟁 회의를 진행하겠다고 했는데, 정작 회의에서 그 사람에 대한 호상비판을 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자 당위원장이 책임자를 당위원회에 불러내 일주일간 사상검토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북한 당국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권고하면서도 집단 사상 교육은 계속하고 있어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높은 공민적 자각을 가지고 최대로 각성 분발하자’라는 기사에서 “비상방역체계가 해제될 때까지 야외나 공공장소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 않아야 한다”며 “식당을 비롯한 대중 봉사망들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현상을 없애야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계급 교양 시에는 적게는 십여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회의실이나 강당 등의 밀폐된 공간에서 교육을 받는다. 이 가운데 바이러스 감염자가 있다면 집단 감염 사태로도 번질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여러 나라들은 집단 감염을 우려해 학교의 개학을 연기하거나 각종 집회 및 문화 예술 공연, 스포츠 행사를 취소 또는 연기하는 등의 조처를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