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이 17일(현지시간) 북한은 중국의 지원이 없으면 무너질 것이라며 북한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려면 중국과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이날 하원 외교위원회 2014회계연도 예산안 청문회에 출석해 “중국은 북한에 연료의 4분의 3을 제공하며 중요한 금융 연결고리이고 식량을 제공한다”면서 “중국이 없으면 북한은 붕괴할 것이라고 말하는 게 꽤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일한 국가는 중국이고, 중국도 미국과 협조할 의지를 내비쳤다고 생각한다”며 “중국과 이 부분을 논의했고 의견일치를 봤고 과거와 다른 결론을 낼 수 있게 대화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케리 장관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문제에 대한 중국과의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며칠 내로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이 중국을 방문하고 뒤이어 윌리엄 번즈 국무부 부장관도 방중할 예정이다.
케리 장관은 또한 “지난 15∼20년간 미국이 군사적 위협 외에 북한에 대해 직접적인 영향력이 없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면서 “중국도 한반도 불안정성이 더 커지면 인도주의적 문제가 북중 간 국경을 넘어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은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지지하지만 현재 상태에서는 실현하기 어려우며 중국과 비핵화 및 경제 이해관계가 일치할 때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북한과의 과거 협상 사이클을 반복하지 않겠다”면서 “미국의 대북 정책은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가 아니라 ‘전략적 비인내'(strategic impatience)”라고 표현했다.
‘전략적 인내’란 국제사회의 여론과 시간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므로 북한이 자멸할 때까지 참고 기다린다는 의미다. 이러한 대북정책 기조에 따라 미국은 북한의 위협에 맞서 한국과의 안보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중국에 압력을 가해 우회적으로 북한을 견제하는 방법을 사용해왔다.
따라서 미국이 대북 ‘전략적 비인내’ 정책을 밝힌 것은 북한 문제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외교전략 등 개입정책을 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지난 한·중·일 방문 당시 미국이 과거와 똑같은 길을 가지 않는다는 점을 재차 거론하며 “비핵화 조치를 향한 상당히 철석같은 개념이 없다면 우리는 보상하지도 않을 것이고 협상 테이블에 나가지도 않을 것이고 식량 지원 협상에 들어가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화나 협상,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말이나 약속이 아니라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구체적이고 의미 있는 행동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케리 장관은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밝히면 국무장관인 나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나 똑같은 거래를 되풀이하고 과거의 전철을 밟을 생각은 절대 없다”며 “러시아나 한·미·중·일 모두의 정책은 비핵화”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척 헤이글 국방장관과 함께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뎀프시 합참의장은 “미국이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능력이 있지만 미국의 시설이나 인력을 위협할 때만 요격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