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비아대 한국계 교수의 북한관

“북한은 붕괴할 상황이 아니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북한은 많은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내부 안정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출생해 미국에서 자란 찰스 암스트롱 컬럼비아대 역사학 석좌교수는 최근 동포신문 ‘미디어 한국’과 인터뷰에서 “미국과 북한 간 핵 협상에서 북한이 먼저 핵무기를 포기하라는 미국 측의 요구는 성공할 가능성이 없어 보이며 북한은 이 문제에 관해 확실한 태도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내 북한 연구의 차세대 선두주자로 꼽히는 암스트롱 교수는 예일대를 수석 졸업한 수재로, 프린스턴대에서 강의하다 컬럼비아대로 초빙됐고, 북한의 국가 형성에 관한 깊이 있는 연구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북한 혁명’, ‘한국사회’, ‘중심에 선 코리아’ 등의 저서를 집필했고, ‘북한 외교 관계사’ 출간을 앞두고 있다.

어머니 이예자씨를 존경해 언제나 국적을 ‘한국’으로 기록한다는 암스트롱 교수는 브루스 커밍스 교수의 수제자로 알려졌다.

시애틀 정부는 ‘이예자의 날’을 선포했을 만큼 그의 어머니는 미국사회에서 명성을 얻고 있다.

다음은 재외동포언론인협의회 회원사인 미디어 한국이 오케이미디어(www.okmedia.or.kr)에 25일 게재한 암스트롱 교수와 단독 인터뷰 내용이다.

–지난 6월 방한, ‘북한과 희망의 교육’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는데, 내용은 뭔가.

▲북한 사회를 바로 이해하자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북한 하면 강제와 강압으로 움직이는 사회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겉보기와는 달리 보통 사람의 자발적 참여 또한 높다.

북한 내부에서는 체제에 불만을 느끼거나 적극 지지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북한은 대중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능력 면에서 매우 효과적으로 기능해 온 정치 체제이다.

–북한 사회가 통제와 동원을 주된 특징으로 하는 사회라는데.

▲북한은 비록 일제 식민통치를 거부했지만 이 경험은 북한 체제 형성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면 김일성의 ‘주체성’은 일제 전시체제의 용어 ‘슈타이세이(主體性)’에 뿌리가 있다. ‘자력갱생’도 1930년대 일본의 군사 훈련에서 비롯한 것이다.

북한은 체제 형성기 초반 구소련의 영향도 받았다. 하지만 1950년대와 1960년대 북한은 소련의 영향력으로부터 갈라져 나갔다. 따라서 북한은 진정한 의미의 스탈린 국가가 아니다. 북한은 공산당 일당 독재 체제도 아니다. 노동당의 권력은 현저하게 약해졌다. 북한은 오히려 군사 독재 체제로 봐야 할 것이다.

–북한의 당면한 위기 극복 능력에 대해.

▲북한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사회 내부에서도 상당한 토론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북한의 진짜 문제는 어떻게 하면 정치체제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변화할 것인가, 최악의 경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경제체제를 손질하면서도 통제력을 확보할 것인가이다. 북한의 경제개혁파가 미국과 관계정상화를 경제개혁의 핵심과제로 꼽는 이유가 그것이다.

그러나 북한 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여전히 체제안보와 국방이다. 경제는 2차적이며, 정권이 불안하다고 느끼면 북한은 더 이상 경제개혁 조치를 진전시키지 않을 것이다.

–북핵문제에 대해 낙관론을 펴고 있는데.

▲내가 낙관하는 것은 북한 체제의 내적인 측면에서다. 핵문제는 북한 체제 내 군부와 보수파에 개혁을 막는 좋은 구실이 되고 있다. 현재 북한 정책 기조가 군사력 사용이 아님은 분명하다.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수 없으며, 미국 당사자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북한이 미국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진짜 미국의 정책은 북한이 행동을 더 할 경우 대북 경제봉쇄 등 가혹한 경제 제재 조처를 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북한의 정권붕괴를 노린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의 이같은 믿음은 북한 상황에 대한 대단한 오해에 기초해 있다고 생각한다.

–한반도에서 한국의 역할은.

▲한국이 한반도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서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인에 바라는 것은 오랫동안 일제 지배 하의 피해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그 피해의식에서 벗어났을 때 한국은 더욱 강력한 국가가 될 수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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