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평양 일상 다룬 만화책 출간

평양 체류 경험이 있는 캐나다인이 평양의 일상을 그린 만화책을 출간해 주목받고 있다고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21일자)가 보도했다.

타임은 프랑스계 캐다나인 만화가 기 들리즐이 2001년 텔레비전에서 방영할 미취학 아동용 애니메이션을 북한에서 하청 제작하기 위해 두달간 평양에 머무른 경험을 만화책으로 엮어냈다고 전했다.

들리즐은 북한 정부의 엄격한 통제 하에 움직였으나 ’평양, 북한에서의 여행’이라는 이 책에서 단편적인 경험들을 엮어 평양의 일상을 놀랍게 재구성해냈다.

여기에 그려진 대부분의 일화들은 천천히 파리를 밟아 죽이는 호텔 직원이나 건설 노동자들을 선동하는 선전 트럭 등 지극히 사소한 것이지만 애니메이터의 섬세한 눈으로 휴전선 북쪽 세상에 대한 드문 통찰을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타임은 특히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북한에 관한 사진촬영이나 취재가 주로 핵 문제나 식량난, 경제개혁과 같은 거대 이슈에 치우치는데 반해 들리즐은 연필과 잉크,말풍선만으로 북한의 일상을 짚어냈다며 만화라는 매체의 힘을 높이 샀다.

들리즐은 김정일 초상화를 하루에 몇 번이나 볼 수 있는지 세어보기로 한 날 30번 이상 목격한 다음 거울 속을 보다 맞은편 벽에 걸린 김정일 초상화가 비춰 흠칫 놀란 경험을 털어놓는다.

책 속에서 그는 예상치 못한 초상화의 영상이 거울에 나타나 놀라는 한편 북한에서 신처럼 편재하는 김정일의 존재감 때문에도 불안했다고 토로한다.

들리즐은 또 책에서 내내 은근한 조롱거리로 삼았던 북한 통역사와 가이드에게도 인간적 연민을 드러낸다.

그는 평양을 떠나기 전 원래 애니매이션 스튜디오의 사장에게 선물하기 위해 준비했던 코냑을 무뚝뚝한 가이드 신씨에게 준다.

들리즐은 코냑을 받은 신씨의 반응에 대해 “지금까지 거의 본 적이 없는 순수하게 기뻐하는 모습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가이드에게 조지 오웰의 ’1984년’을 선물하고 자신의 통역사와 한 기술자에게는 밥 말리의 저항적 노래를 소개해 주는 ’장난’을 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들리즐은 김일성 전 주석이 외국에서 받은 선물들을 모아놓은 ’국제친선전시장’에 대한 스케치에서는 작가적 기량을 발휘해 지하 핵벙커 안에 ’친선’이 전시되는 모순을 조명한다.

타임은 들리즐의 책이 아트 슈피겔만의 홀로코스트를 다룬 퓰리처상 수상만화 ’쥐’나 보스니아 전쟁에 관한 조 사코의 ’안전지대, 고라즈데’에 버금가는 수준높은 작품이라고 평가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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