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 씨 일가의 이상과 김정은 핵포기 가능성

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9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평양공동선언서에 서명한 뒤 펼쳐 보이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은 2018년 초부터 지난 2016년 제7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 수행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8년 4월에 개최된 당중앙위원회 ‘4월 전원회의’ 결정사항을 ‘당이 제시한 새로운 전략적 노선’으로 거론하면서 노동신문 등 각종 선전매체에서 결사관철을 독려하고 있다. 표면상 북한당국의 이러한 움직임이 ‘경제’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때문에 북한이 더 이상의 군사적 도발을 자제하고 경제발전에 주력할 것이란 주장이 일견 설득력을 갖는다.

제7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과 4월 전원회의에서 제시했다는 ‘새로운 전략적 노선’은 전후 맥락을 봤을 때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을 통해 경제발전의 대략적인 틀을 제시했고 2018년의 4월 전원회의를 통해 그 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각론적 세부 지침을 제시했을 것으로 해석된다.

현시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북한이 추진 중인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과 ‘새로운 전략적 노선’이 과연 ‘핵포기’로 이어질지에 관한 것이다. 물론 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는 가정 하에서 말이다. 이 두 가지 경제 관련 조치로 북한이 그 어느 때보다 경제를 강조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두 가지의 경제발전 계획 속에 ‘핵’을 포기하더라도 경제제재 완화와 자주적 경제발전을 이룩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인가?

현재 북한이 추진 중인 경제관련 조치를 이해하기 위해 이야기를 잠깐 과거로 돌려 보자. 북한은 그동안 지도 이데올로기의 절대적 기준을 유지한 채 여러 번의 당규약 개정을 통해 체제의 ‘당면목적’과 ‘종국적 목적’을 강조해 왔다. 지도 이데올로기는 현재까지 주체사상-선군사상-김일성․김정일주의로 변화되어 왔다. 지배 이데올로기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시대를 거치면서 다르게 불리고 있지만 모두 ‘수령절대주의’라는 명제로 수렴된다.

체제목표 역시 시대를 거치면서 다른 명칭으로 변화되어 왔다. 우선 김일성시대에는 ‘사회주의 완전승리’를 당면목적으로 표방해 왔다. 하지만 1990년을 전후로 사회주의권이 붕괴되면서 북한체제 레토릭에서 ‘사회주의 완전승리’가 사라지고 1997년에 이르러 김정일 체제가 공식출범하면서 ‘강성대국’이 그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2010년에는 공식적으로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을 당규약에 명문화했고 2016년 7차 당대회를 통해 ‘사회주의 강국’건설을 표방하고 있다.

북한 체제의 당면목적으로 언급되어 온 ‘사회주의 완전승리’는 어떤 의미일까? 공산주의발전 단계론은 자본주의에서 공산주의로의 이행과정에서 거쳐야 할 사회주의단계로 ‘사회주의완전승리단계'(공산주의 낮은 단계)와 ‘사회주의 종국적 승리단계'(공산주의 높은 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사회주의는 공산주의의 낮은 단계로 아직 완전한 공산주의가 실현되지 않은 ‘과도기’이기 때문에 인민민주주의 독재, 즉 수령독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리를 깔고 있다. 사실상 사회주의 과도기에 대한 해석의 시원은 맑스의 ‘고타강령 비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맑스는 자본주의에서 공산주의로 넘어가는 과정에 과도기가 존재하며 이 시기 프롤레타리아 혁명적 독재가 존재한다고 역설했다.

북한식 ‘과도기’론에 따른 ‘사회주의 완전승리’의 징표인 노동자 계급과 농민의 차이가 완전히 없어지고 전 사회가 노동계급화 된 사회, 생산력이 발달한 자본주의 수준의 물질적, 기술적 토대가 마련되고 모든 노동자의 생활수준이 중산계층 이상으로 높아진 사회, 중산층의 동요가 없어지고 사회주의 제도의 우월성이 입증되어 모든 인민이 사회주의 제도의 발전에 적극적으로 이바지 하는 사회의 달성은 김일성시대의 현실에 비추어봤을 때 불가능한 것이었다. 특히 80년대 말 사회주의권의 붕괴는 그러한 목표 달성을 더욱 이상적인 꿈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북한은 김정일체제가 공식출범하던 1997년에 ‘강성대국’론을 꺼내 들었다. 이 새로운 단어는 1997년 7월 22일 노동신문 사설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용어가 체계화를 갖고 발전전략의 성격을 갖게 된 것은 1998년 8월 22일 노동신문 정론에서부터다. 당시 노동신문은 “나라는 작아도 사상과 총대가 강하면 세계적인 강대국이 될 수 있다”며 강성대국론을 역설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강성대국 건설의 3가지 기둥은 첫째, 정치사상강국 건설이고, 둘째는 군사강국 건설, 셋째는 주민생활을 향상시킨 경제강국 건설이다. 이른바 ‘사회주의 완전승리’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탄생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기존 ‘사회주의 완전승리’가 단계론의 관점에서 최종적으로 공산사회를 지향했고 독재체제는 ‘과도기적’ 현상이기 때문에 공산주의라는 목표달성까지 유효하다는 그 유통기한(?)을 명시한 반면 ‘강성대국’론은 그에 대한 시효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정치사상강국, 즉 수령중심체제를 바탕으로 군사와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 ‘강성대국’론의 요지다.

북한은 ‘강성대국’ 완성원년으로 2012년을 선포했으나 그 시한까지 군사강국은 건설과정 중이었고 경제강국 건설은 요원했다. 그리고 2011년 즈음부터 ‘사회주의 강성국가’라는 단어로 서서히 대체되기 시작했고 2017년 신년사부터는 ‘사회주의 강국’으로 개명했다. 그럼 현 시점에서 우리는 북한이 노동당의 당면목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사회주의 강국’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김정은은 군사강국건설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핵무기’을 포기할 수 있을 것인가? 경제강국 건설을 위해? 하지만 ‘사회주의 강국’건설 레토릭안에 ‘강성대국론’ DNA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라면 ‘핵’포기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북한이 추진 중인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과 ‘새로운 전략적 노선’은 결국 경제강국 건설을 위한 실천적 조치들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북한정권의 의도한 계획이 현실 그 자체일 수는 없지만 마찬가지로 북한정권이 의도한 ‘계획’ 자체가 부재하지 않다는 점이다. 체제목표는 명확하게 세워져 있는데 현실이 그 목표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해서 북한체제의 목표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란 얘기다. 김정은은 ‘강성대국론’의 DNA를 그대로 갖고 또 핵도박을 펼치는 것일까? 경제강국 건설을 위해 군사강국의 중심체인 ‘핵’을 포기할 것인가? 현재 김정은은 매우 위험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70여 년을 이어져온 북한체제의 목표와 이상은 현재 시험대에 서 있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