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北에 원심분리기 20여개 제공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지난 1999년부터 북한의 핵기술자들이 파키스탄을 방문, 핵무기 제조를 위한 우라늄 농축 과정에 필수적인 원심 분리기에 대한 기술 지원을 받았으며 칸 박사가 북한에 20여기의 원심분리기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25일 발간한 자서전 ’사선에서’(In The Line of Fire)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특히 지난 2003년 9월 유엔 정상회담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의 권유로 조지 테닛 당시 미중앙정보국(CIA)국장을 만났으며, 당시 테닛이 칸 박사가 북한에 넘겨준 P-1 원심분리기 설계도를 보여줌으로써 칸 박사 조사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북한 관련 주요 내용.

◇ “1999년 칸-북한 거래 포착”= 1998년 첫 핵실험후 칸은 ’이슬람 폭탄의 아버지’로 불릴 정도로 국민적 영웅이었다. 당시 칸의 의중에 따라 핵 개발이나 전략 기관들이 좌지우지 됐기 때문에 이를 통제하기 위해 정부 산하에 기구를 설치할 것을 나와즈 샤리프 전총리에게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999년초 비공식적으로 이러한 통제 기구의 초보적 형태로 전략계획부(SPD)를 만들었다. 그때 부터 칸의 수상스런 활동이 바로 눈에 띄기 시작했다.

파키스탄은 북한과 기술 이전을 포함한 재래식 탄도탄 미사일을 현금으로 구매하는 계약을 맺었으나 결코 역으로 북한에 핵기술 이전 계약을 한 적은 없다. 그러나 일부 북한의 핵 전문가들이 미사일 기술자로 위장해 칸의 연구소에 도착, 비밀리에 원심 분리기에 관한 브리핑을 받았다는 보고를 받았다. 나는 사태가 심각하다고 판단, 칸을 불러 물었으나 즉각 부인했다.

◇“부시, 테닛 만나보라”=2003년 9월 유엔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이 따로 불러내더니 “당신의 견해로 볼 때 매우 심각하고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그 다음날 테닛 국장을 만날 시간을 내보겠느냐고 해 응했다.

그 다음날 테닛이 호텔로 찾아와 서류를 내놓았다. 나는 그것이 칸 박사 주도로 개발했다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P-1 원자로의 설계도라는 것을 즉각 알아차렸다. 그 서류들은 부품 번호, 일자, 서명들까지도 담겨 있는 청사진과 같았다.

파키스탄이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파키스탄을 위험에 빠뜨린 칸에 대한 극도의 분노가 일었다. 서명들에 칸의 이름도 없었고 테닛도 그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지만 과거 행적으로 볼 때 칸이 기술을 넘긴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테닛에게 서류를 가져가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뻐했으며 내게 신뢰감을 나타냈다.

◇ “칸, 北에 원심분리기 20여개 제공”=2003년 11월 부터 조사한 결과 칸이 1987년 부터 처음에는 이란 부터 거래를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1994~1995년 칸은 1980년대 중반 사용되다 폐기된 P-1 원심분리기 200기를 제조하도록 지시했으며, 두바이의 거점을 통해 세계 각국과 지하 네트워크를 운용하고 있었다.

이란, 리비아, 말레이시아도 칸과 연계 돼 있었다. 칸에게 증거를 보였더니 바로 자백을 하더니 사면을 요청했다. 그에게 국민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라고 말해 TV를 통해 사죄하도록 했다. 그를 사면하면서 가택연금시켰다.

칸의 확산에는 일확천금을 노린 스위스, 네덜란드, 영국, 스리랑카 출신의 프리랜서들이 개입,이란이나 리바아에 핵 관련 부품들을 제조, 조달, 배급하는데 한몫했다. 두바이에 몇몇 인도인이 있었는데 일부는 잠적했으며, 이는 인도가 칸의 두바이 네트워크를 통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개발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칸은 북한에 ’거의 20개’(nearly tow dozen)의 P-1 및 P-2 원심분리기와 유량계, 원심 분리기에 쓰이는 특수한 기름들을 넘겨주고, 1급 비밀인 원심분리기 공장에 대한 방문을 포함한 기술 지도도 해주었다.

이란과 리비아에게는 원심분리기와 부품를 포함, 18t 분량의 물자를 제공했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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