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 주장 무시하되 北 변화 일관되게 요구해야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이번주 북한 방문 과정에서 미국의 대북정책에 자신의 환상을 덧씌우는데 힘을 쏟았다. 카터는 고결한 척 행동했지만, 그는 다시 한번 북한의 독재자를 얼르고 북한 정권의 결점을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 탓으로 돌리는 뻔한 패턴을 반복했을 뿐이다.


국제문제에 대해 위험스러울 정도로 순진무구한 카터의 오판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카터의 이번 방북은 유엔결의안 및 국제법은 충실하게 지켜져야 한다는 점과 정당한 이유없는 전쟁도발 행위는 용납해선 안된다는 중요한 원칙들을 외면하고 말았다.


북한의 지도자 김정일은 카터를 만나지 않았다. 물론 김정일은 북한의 대외 이미지를 돋보이게하고 최근 자신들의 유화공세를 부풀리기 위해 카터의 방북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 정도는 갖고 있었을 것이다. 카터에 따르면 김정일은 이미 “한국 및 미국과 언제든지 조건없이 다양한 주제에 대해 협의할 용의”를 갖고 있으며 “이명박 대통령과도 정상회담을 할 준비”도 되어 있다.


카터는 북핵 협상이 재개될 수 있도록 6자회담 당사국들이 북한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런 주장은 북한이 지난해 한국에 대한 두차례 군사공격에 대해 사과하고, 비핵화 약속을 실행에 옮기는 등의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한미의 요구와 전적으로 배치된다. 카터는 그의 방북이 한반도의 긴장고조와 불신을 줄여줄 것이라고 자평했지만, 한반도 긴장 고조의 책임이 전적으로 북한에 있다는 점은 외면하고 있다.


카터는 오바마 행정부의 투트랙 정책 (two-track policy), 즉 조건부 유화책과 유엔결의안을 반복적으로 위반하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동시에 운용하는 정책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그는 2010년 11월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남한의 연평도에 포격을 가하고 우라늄농축 시설을 공개하는 등 북한의 명백한 유엔결의안 위반 행위를 단지 “그들의 미래를 결정짓게 될 회담에서 존중 받을 자격이 있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상기시키려고 계획된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평가했다.


카터는 최근 북한의 내부 상황이 파괴적인 경제정책, 높은 군사비용 지출, 대외 군사도발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국제사회의 제재와 외교적 고립에 원인이 있다고 외부책임론을 전개하고 있다. 


또 “북한 전주민을 상대로 한 제재가 진행되면 북한주민들이 가장 큰 고통을 받을 것이며 북한 지도자들이 가작 적게 고통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엔과 미국의 최근 대북제재는 사실상 유엔결의안 1718호과 1874호를 위반한 북한 개인들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일반적인 제재가 아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평양에서 돌아온 직후 한국의 의도적인 식량지원 중단이 인권유린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선언했다. 한국과 미국 그리고 국제사회가 대북 식량지원을 재개하고 북한의 경제개혁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최근 북한의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카터 일행의 서울 기자회견에서는 북한 경제를 개혁하고, 외부에서 지원되는 식량이 군대에 전용되지 않도록 분배 투명성을 보장하고, 유엔결의안을 준수해야 한다는 등의 북한정권의 의무에 대한 요구가 철저히 생략됐다. 이 기자회견에는 과거에 유엔인권고등판무관이었던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도 참여하고 있었으나, 북한당국의 끔찍한 인권유린 실태에 대한 비판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국제핵비확산군축위원회의 위원인 그로 할렘 브룬트란드 전 노르웨이 총리도 북한의 반복적인 유엔 확산방지결의안의 위반에 대해 비판하지 않았다. 


카터의 대북제재 완화 주장이나 북한과의 대화재재 권고는 앞서 2년 동안의 군사도발 때문에 워싱턴이나 서울 정가에는 그다지 파급력이 없을 것이다. 이달 초 필자는 서울에서 한국 정부의 고위 관리들과 만남을 가졌지만, 북한이 대남 군사공격에 대해 사과하고 비핵화 관련 진정성을 확인시키는 것이 남북관계 해결의 선결조건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원칙이 수정 될만한 그 어떤 징후도 발견할 수 없었다.


한국과 미국은 카터의 주장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박할 필요가 없다. 다만 북한이 한국이 느끼는 안보위협에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약속을 실행에 옮기기만 한다면, 협상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는 점을 계속해서 공개적으로 강조해야 할 것이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북한의 호전적 행동의 결과물이다. 따라서 북한이 국제법과 유엔제재를 준수할 때까지 지속되어야 한다.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는 문제로 타협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유엔회원국들에게 현존하는 유엔결의안의 요구사항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유엔결의안은 북한정권과 북한에 연루된 외국 회사, 은행, 정부기구들의 재무자산을 동결하고 압류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미국와 유엔이 북한의 핵확산에 따라 이익을 보는 세력을 제재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을 꺼렸기 때문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제한하려는 국제적 노력이 지체되어 왔다. 


미국은 북한의 인권유린과 관련, 카터의 침묵을 무시하고 유엔을 포함한 국제 포럼 등을 통한 폭로를 통해 북한 당국에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 또 중국을 향해 탈북자의 송환 중단을 요구해야 하며, 중국 동북지역의 탈북자 상황을 조사하기 위한 유엔인권특별보고관 파견을 중국 정부에 요구해야 할 것이다.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 문제는 여전히 어려운 판단 과정을 남기고 있다. 북한 당국이 조성한 최악의 상황에서 고통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현실을 놓고 볼때 대북 식량지원의 필요성은 명백하다. 그러나 북한의 호전적인 도발, 유엔결의안 위반, 외부 지원식량의 착복과 전용, 그리고 경제개혁과 외부 지원품 분배 투명성 보장에 대한 거부 등은 국제사회의 인도적 식량지원 의지를 약화시키고 있다. 결국, 북한의 정책과 행동에서 눈에 띄는 실질적인 태도변화가 전제되지 않는 한 대량의 식량지원은 당분간 유보는 것이 마땅할 것으로 보인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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