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사망, 중동 민주화 운동 전환점 될 것”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가 20일 자신의 고향인 사르테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지난해 말 튀니지에서 촉발된 ‘재스민 혁명’의 영향으로 시작된 리비아 내전은 8개월 간의 교전 끝에 카다피의 사망으로 사실상 종식됐다. 세계 최장기 집권 독재자인 카다피의 사망이 민주화 시기의 열기가 사그러들고 있지 않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 국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튀니지를 시작으로 올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을 휩쓴 ‘재스민 혁명’은 이집트의 무바라크 정권이 시민 봉기로 무너지면서 더욱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리비아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현재 시민 봉기의 불길은 시리아와 예멘 등으로 옮겨붙고 있다.  


시리아는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2대에 걸쳐 장기 독재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시리아 정부는 정치개혁을 촉구하는 반정부 세력에 유혈진압을 펼쳐 지금까지 민간인 3천여명의 희생자를 냈다. 또한 정부군 화력에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는 시민군의 저항 의지도 많이 꺾인 상태다.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 또한 33년간 장기 집권 중이다. 반정부 세력의 공격에 중화상을 입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3개월 이상 치료받은 뒤 최근 귀국했다. 살레 대통령은 부자세습을 포기하고 2013년 자신의 집권을 끝내겠다고 공언했지만 평화적인 권력 이양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하지만 중동에서 가장 강력한 독재 권력을 휘둘렀던 카다피가 시민군의 공격에 의해 끝내 사망한 것은 시리아와 예멘 정권에도 큰 충격을 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또한 어떤 형태로든 잠시 주춤했던 예멘과 시리아에서의 민주화 운동 열기를 다시 촉발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중동의 민주화 운동이 답보상태를 걷고 있었는데, 카다피의 사망으로 (민주화 운동을) 재점화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최장기 집권 독재자가 무너져 중동 민주화 물결에 자신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서 교수는 이어 “무력에 의해 독재정권이 무너졌다는 것은 또 다른 사례”라며 “시리아, 예멘에서는 시민혁명이 지지부진하고 장기화되고 있다. (그러나 리비아 사태로) 시민혁명 세력들이 단순한 평화시위외에도 군사적인 것을 동원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카다피의 사망으로 중동 지역에 새로운 형태의 시민혁명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편, 재스민 혁명 발발 이후 중동발(發) 민주화 열풍을 차단하는데 주력해왔던 북한은 카다피의 죽음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리비아 내전이 시작된 2월부터 국경지역의 외부정보 유입을 통제하고 단속을 강화해 왔다. 특히 최근 3대 세습을 추진하고 있는 북한의 입장에서 장기 독재자들의 잇단 사망과 퇴진은 지도부 내 불안 요소로 인식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 교수는 ” SNS와 같은 뉴미디어를 통해 촉발된 중동의 시민혁명은 시민들의 힘으로 새로운 정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독재정권도 과거와 같이 물리력을 동원해서 정권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최소한의 언론자유도 허용되지 않은 북한에서는 중동의 민주화 운동 열기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렇지만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기폭제가 등장하게 되면 단기적으로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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