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의 몰락을 보며 북한 주민을 생각한다

42년 철권 독재자 카다피가 사실상 최후를 맞았다.


시민반군 측은 23일(현지시각) 수도 트리폴리 전역을 확보하고 카다피 정권의 붕괴를 선언했다. 지난 2월 15일 제2의 수도 동부 벵가지에서 저항의 불길이 타오른 후 187일 만에 카다피 정권은 완전한 몰락을 앞두게 된 것이다. 


올 초 세계는 아랍에서 일어났던 시민혁명의 물결을 지켜봤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민주화 시위가 이집트를 거쳐 리비아에 당도했을 때 세계는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마저 위기를 맞게 될 줄 섣불리 장담하지 못했다.


철옹성과도 같은 독재가 무너지는 것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었다. 민주주의는 진정 피를 먹고 자란다는 경구가 무색할 만큼 리비아 국민의 저항은 그야말로 피의 저항이었다.


리비아에서 민주화 시위가 발발하자 카다피는 초기부터 무력으로 진압했고 민중들이 다시 모이자 조준 사살은 물론 전폭기까지 동원해 시위대를 공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위대는 포기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더 큰 대열을 형성해 저항했다. 수도 트리폴리를 제외하고 전역이 시위대의 영향권에 들자 카다피는 시위대를 향해 대대적인 무력공격을 감행했고, 시위대는 급기야 시위의 불길이 타오른 벵가지에 고립, 포위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그 결과 벵가지의 시위대와 지도부는 카디피의 ‘광적인’ 진압에 위기를 맞게 됐다. 3월 18일, 바로 그 ‘백척간두’의 시점에 국제사회는 전격적으로 리비아 개입을 결정했다. 국제사회가 개입하자 전세는 역전되었으며 카디피군은 뒤로 밀리기 시작하였다. 시민군은 다시 전열을 정비해 카디피를 몰아붙였고, 그러고도 무려 5개월이 걸려 카다피의 완전한 몰락을 눈앞에 두게 된 것이다.          


우리는 이 같은 과정을 보며 철권 독재자가 민심을 잃고도 저렇듯 끈질기게 버팀은 물론 무자비하게 시위대를 공격할 수 있다는 것과 함께 그리하여 국제사회의 민주인권 세력이 약소국가, 독재국가의 민주주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역할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특히 대한민국의 우리는 리비아를 보며 북한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김정일 정권은 리비아의 카다피와 많이 닮아 있다. 장기 철권통치와 족벌의 권력독점 및 부정부패가 닮았고 아들에게 권력을 세습하려 하는 것도 같다.


거칠고 즉흥적인 성격에 독재에 있어선 천재적인 지략(?)을 발휘한 것 역시도 비슷하다. 물론 독재의 지략만 놓고 본다면 카디피는 김정일에게 한참 하수(下手)이다. 적어도 카다피는 장기 철권통치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피폐한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2000년대 갈등과 고립을 청산하고 세계사회와의 협력과 연대로 방향 전환을 한 것이다.


석유를 중심으로 한 소득도 급격히 상승해 중동에서는 ‘부국’에 드는 나라로 리비아를 만들어 놨다. 그런 변화가 어쩌면 양날의 칼이 되어 결국 자신의 철권통치의 종식을 앞당겼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김정일은 어떤가. 김정일은 카다피가 노선을 전환하던 바로 그 2000년대, 제2의 핵문제를 야기하는 등 국제사회와의 갈등 국면을 조장하고 발전시키면서 체제결속을 꾀하고 핵무기까지를 손에 넣기에 이르렀다. 그 사이 북한 주민들은 분쟁이 없는 나라로서는 드물게 세계 최악의 경제적 상황에 처해, 나라는 거렁뱅이 나라요, 주민들은 그야말로 죽지 않으면 근근이 연명하며 살아가는 상황을 만들었다. 자신의 독재를 영속하기 위해 철저히 주민들을 희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카다피가 결국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자신이 택한 방향이 옳았다고 무릎을 칠 사람이 김정일이다. 우리는 그런 김정일의 독재통치 하에서 도탄에 신음하는 북한 주민들을 생각하면 진정 편안히 누워 잠을 청할 수 없는 심정이다.


우리는 카다피의 몰락을 보며 김정일이 스스로를 대견해 하며 탄성을 지르는 순간을 상상하는 것과 동시에, 역으로 김정일의 몰락을 확신한다.  인민의 저항에 직면하면 독재는 반드시 붕괴한다는 역사의 자명한 진리를 똑똑히 목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카디피의 몰락은 대한민국을 사는 우리에게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북한의 김정일 역시 반드시 몰락하리라는 확신 속에서 우리 자신이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진지하게 물어 보게 하는 역사적 사건이 되고 있는 것이다.     


다시 한 번 피의 희생을 무릅쓰고 민주주의를 쟁취한 리비아 국민들에게 진정한 찬사와 축하를 전하며, 북한의 민주화도 하루빨리 앞당겨지길 간절히 기원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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