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함 원인 규명 후 ‘北 금강산조치’ 대응해야

금강산 관광 사업과 관련해 북한이 말해온 ‘결단성있는’ 조치의 실체가 드러났다.


북한은 8일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변인 성명을 통해 금강산면회소와 한국관광공사의 자산 동결, 부동산 조사에 참가하지 않은 현대증권 등 3개 기업의 사업권 박탈 및 금강산 출입 불허, 새로운 사업자에 의한 국내 및 해외 금강산 관광 시작, 대결 지속 시 개성공업지구사업 전면 재검토 등 4개항의 조치를 내놓았다.


대부분의 전문가들과 당국자들이 예견한 것처럼 금강산 관광을 둘러싼 남북한 당국의 게임은 점차 대립과 파국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현재로선 이 게임이 어떻게 끝나게 될지 알 수 없다.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게임을 끌고 갈려면, 좀 더 냉철한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향후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명확히해야 한다.


북한은 대남 협박을 통해 금강산 관광을 재개시킴으로써 달러 수입을 확충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자신들의 목적달성을 위해선 남북경협 전반에 대한 위협의 수위를 높이면서, 최악의 경우 금강산 관광뿐만 아니라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을 전면 중단할 수도 있다는 의사까지 내비치고 있다.


따라서 한국정부가 자신들의 의도대로 타협해 들어오지 않을 경우, 개성공단 현장조사 및 통행금지 조치를 취하는 등 대남 위협 수위를 점차 높여갈 것이고, 이명박 정부와의 경협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남북경협사업 전면 중단을 선택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북한의 대남협박이 먹혀들어가지 않는 조건에서는 경협사업 중단을 선언함으로써 다음 정권과의 대화와 경협재개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이 모든 것을 감안해서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북한의 예상행동에 따른 대응 매뉴얼을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우리의 전략적 목표가 확실하고, 대응 매뉴얼이 준비되어 있으면, 북한이 어떤 조치를 취하더라도 놀라거나 호들갑을 떨 필요도 없다. 


우리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목표는 북한을 신뢰할 만한 파트너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최소한 북한이 계약을 존중하고, 기업 활동을 보호할 수 있는 강제수단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어떤 경우에도 금강산 광광 등 남북경협사업을 중단할 수 없다’는 식의 생각을 우선 버려야 한다. 북한이 변하지 않으면, 경협 확대에 따른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다. 또 경협의 질적 발전도 불가능하다.


그동안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에서 보여준 북한의 행태는 대단히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북한은 자신들의 현금 챙기기에만 급급한 탐욕스러운 파트너에 불과했다. 자신들의 현금수입을 늘리기 위해 개성공단 계약을 무효화한다고 위협하고, 금강산 관광을 재개시키려고 우리기업들의 자산을 몰수한다고 협박했다. 


과거의 경험을 볼 때, 좀처럼 변하지 않고 있는 북한과의 경협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1980년대 중반 북한은 조총련과의 합영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했으나 시장경제에 대한 무지와 오해, 자본주의 경영방식에 대한 의도적 무시로 인해 합영사업은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지금 북한은 한국정부와의 합의는 물론이고 한국기업과의 계약도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서 자신들을 믿고 투자한 투자자들의 재산마저도 몰수한다고 위협하고 있다. 우리 정부와 기업이 북한에 투자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마저도 무너져 내린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는 것은 결국 화약을 안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당장의 경협 유지보다 중요한 일은 경협을 진행할 수 있는 북한의 변화라는 조건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또한 금강산관광 문제와 관련하여 박왕자 씨 피살사건의 진상규명, 재발방지책 마련, 관광객 신변 안전보장 등 3대 조건의 실질적인 보장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미 개성공단 유성진 씨 불법억류 사건과 박왕자 씨 총격피살 사건을 경험했다. 우리 국민의 안전에 관한 문제를 김정일 위원장의 보장으로 3대 조건이 해결되었다는 식으로 애매모호하게 처리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사건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함께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을 위한 구체적이고 세세한 문서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정부는 당장의 경협 유지여부를 떠나 전략적 목표의 관철을 중심으로 향후 대응 메뉴얼을 만들어야한다. 이러한 작업을 진행하면서 금강산 관광 동결조치에 대한 직접적 반응은 천안함 침몰 원인이 규명된 이후로 미뤄야 한다. 천안함 침몰 원인이 무엇인가에 따라 남북관계 전반이 크게 요동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천안함 침몰 원인이 정확하게 규명되어야 하겠지만, 현재의 심증으로도 금강산 관광 문제가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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