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북좌파, KAL기 폭파 왜 부인하나?

▲ <과거사진상위>의 중간보고 모습 <사진:연합>

지난 26일 국정원의 <과거사 진실규명위원회>는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피살사건에 대한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아직 조사할 내용이 남아있긴 하지만 그 동안의 자료와 증언을 검토해본 결과 김재규가 김형욱 살해를 지시했다는 결론이다.

이에 대해 언론은 풀리지 않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 가운데 빠지지 않는 의혹은, ‘과연 박정희의 지시 없이 김재규가 단독으로 김형욱 살해를 지시했을까’ 하는 것이다.

특히 친북좌파들이 적극 나서 ‘박정희 지시론’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아무렴 좋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지시했을 수 있고, 김형욱 살해 19일 후 박정희를 시해했던 김재규가 그것을 주도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측면도 있다.

‘KAL858기 폭파 = 김정일 지시’ 왜 부인하나?

그런데 같은 논리를 그대로 적용해보자. ‘김형욱 살해 = 박정희 지시’라고 당연한 듯 판단하는 친북좌파들은 왜 ‘KAL858기 폭파 = 김정일 지시’를 극구 부인하려고 하는 것일까? 수많은 증거가 있고, 폭파범이 스스로 김정일의 지시를 받았노라고 자백을 했는데도 말이다.

또한 친북좌파들은 ‘서해교전 = 김정일 지시’를 왜 그리도 부인하면서 “군부강경파의 오판”이라느니 하는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것일까?

115명의 목숨을 한꺼번에 앗아간 비행기 테러가 대남공작부서의 단독 결심으로 가능하다고 보는 것일까? 탄약 한 상자만 이동해도 김정일의 지시를 받아야 하는 북한에서, 경비정과 어뢰정 수 대가 남측 함정을 기동 타격하는 작전이 인민무력부의 단독 결심으로 가능하다고 보는 것일까?

김정일 정권의 잔혹성은 현재 진행형

더 나아가보자. <과거사 진실규명위원회>의 중간조사결과 발표 후 열린우리당 서영교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과거 박정희 정권이 얼마나 무서운 정권이었는지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또한 “과거 쥐도 새도 모르게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고문당하고, 정신이상 되고, 병신 되고, 누군가는 죽어갔다는 이야기를 그 동안 많이 들어왔고, 그것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여당 인사들은 ‘과거’ 박정희 정권이 얼마나 무섭고 잔혹한 정권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쉼 없이 이야기하면서, ‘현재’ 김정일 정권이 얼마나 무섭고 잔혹한 정권인지는 입도 뻥긋하지 않는 걸까.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 고문당하고, 병신 되고, 죽는 것은 남한에서는 ‘과거완료형’이지만 북한에서는 ‘현재진행형’이다. 현재진행형에는 철저히 침묵하는 사람들이 과거를 이야기할 자격이나 있는 걸까?

과거사 조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현재 할 것은 하면서 과거사에서 따질 것은 따지자는 것이다.

우리가 배부른 이념논쟁을 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우리가 겪었던 과거보다 몇 백 배는 끔찍한 독재에 신음하는 북한 동포들이 있다. 남한의 과거 문제에 대해 엄격히 따지는 그 잣대를 왜 북한의 김정일 정권에게는 들이대지 않는 것인가? 20여 년 전 사라진 정권을 미워하는 그 마음은, 그에 비할 바 없이 잔악한 독재를 계속하고 있는 정권에게는 왜 발동되지 않는 것인가?

역사의 실수, 한 번으로 족해

잣대가 하나면 과제도 동일하다. “신새벽에 남몰래 ‘민주주의여 만세’를 쓴다”던 그 결의와 의지로 이제 북녘에 민주주의의 ‘신새벽’이 열릴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좌와 우를 떠나, 과거와 현재를 떠나, 이념과 정파를 떠나 ‘김정일 독재 반대’의 당연한 과제 아래 뭉치자. 과거에 살지 말고 ‘현재’에 살자.

지금은 입을 꼭 다물고 있다가 김정일 정권이 무너지고 나서야 또 다시 ‘과거사 진상규명위’를 구성해 김정일 정권 치하에서의 악행을 조사하는 ‘뒷북치기’를 거듭할 셈인가. 역사의 실수는 한 번으로 족하다.

곽대중 논설위원 big@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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