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뛰어넘은 딸과의 상봉

29일 오후 금강산 온정각휴게소에 마련된 제11차 이산가족 상봉장은 반세기만에 혈육의 생존을 확인한 가족들의 오열로 눈물바다를 이뤘다.

=치매를 뛰어넘은 딸과의 상봉=

0…치매를 앓고 있는 남측 어머니 김동순(94)씨가 55년만에 만나는 70대 중반의 딸 복녀씨를 한눈에 알아봐 주목을 끌었다.

치매로 인해 장시간 얘기를 나눠야만 사람을 알아보는 김 할머니는 다른 때와 달리 이날은 북녘의 딸이 상봉장 테이블 가까이로 오자 한눈에 알아본 것.

함께 간 가족들이 보청기를 착용한 김 할머니의 귀에 대고 “누가 왔어요?”라고 묻자 할머니는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복자(복녀씨의 어릴적 이름). 복자”라고 거듭 말해 주위 사람들이 눈시울을 적셨다.

김 할머니는 특히 흑백사진 속 딸의 모습도 바로 찾아내기도 했다.

=혼수품 가지러 갔다가 감감 무소식 56년=

0…남측의 김태이(71.서울 용산구)씨는 북측의 누나 태을(72.여)씨를 상봉했다.

이들은 3∼5명씩 만나 시끌벅적하게 정을 나누는 다른 가족과 달리 오누이만 단둘이 만나 옛 기억을 더듬어야 했다.

2남2녀 중 차녀인 태을씨는 6.25전쟁 당시 고향인 충청도로 피난을 내려왔다가 서울수복이 되자 서울집에 두고 왔던 큰언니 태갑(76.충남 청량군)씨의 혼수품인 광목을 가지러 갔다가 행방이 묘연해졌다.

그런 기억 때문인지 이날도 몸이 아파 나오지 못한 큰언니 생각만 하며 줄곧 울음을 삼켰다.

동생 태이씨는 재작년 94세 나이로 사망한 어머니가 남긴 “다른 것은 다 몰라도 태을이를 찾으라”는 유언을 전했다.

=北맏언니, 南다섯동생 다독거려=

0…남측의 김연심(72.여.제주시 연동)씨네 다섯 자매들은 북측의 큰언니 연선(74)씨를 만나보고 너무나 놀랐다.

연보라빛 한복을 차려입고 나온 큰언니 연선씨가 너무 곱고 좋아 보였기 때문이다.

큰언니 연선씨는 6.25전쟁 발발 1-2년전에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사촌언니 남편을 돕기 위해 서울로 갔다가 행방불명된 뒤 지난 88년 일본에 사는 오빠와 연락이 닿아 북에 살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다섯 자매는 “이렇게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오열을 터뜨렸으나 큰언니 연선씨는 맏딸답게 밝은 표정을 짓고 수다를 떨면서 동생들을 다독거렸다.

이들 자매는 처음에는 울음바다가 됐지만 어느새 옛이야기에 젖어 시간 가는 줄몰랐으며 건배를 크게 외치기도 해 북측 언론에서 많은 관심을 보였다.

=북녘 오빠 얼굴 쓰다듬는 남녘 여동생=

0…남녘의 박한섭(66)씨네 여섯 남매는 북쪽 형제 박순섭(74)씨를 만났다.

이들 6남매는 순섭씨가 상봉장에 들어서는 순간 일제히 알아보고 손을 꽉 잡으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특히 막내 여동생 금옥씨는 “건강하신 모습을 보니 너무 좋아요”라며 오빠의 얼굴을 쓰다듬었으며 “오빠가 중학교 때 별명이 연구박사 였어요. 못하는 것이 없는 재간둥이였어요”라고 자랑을 했다.

오빠 순섭씨는 여동생과 누님들에게 “나는 잘 지낸다. 좋은 처도 얻었고..”라며 자신의 부교수증과 부인의 김일성대학 졸업증서을 보여 주었다./금강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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