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트럼프이기에 가능한 트럼프이기에 부족한

북미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만났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을 DMZ에서 만날 것을 제안하고 실제로 성사시킨 것은 일반적인 외교관례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정치 엘리트가 아니라 아웃사이더인 트럼프, 기존 사고방식을 뛰어넘는 트럼프였기에 DMZ에서의 북미정상 회동은 가능했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까지 함께 하면서 남북미 정상이 한 자리에 모이는 사상 초유의 장면이 펼쳐졌다.

판문점에 남북미, 혹은 남북미중 정상을 모으는 일은 그동안 수 많은 사람들이 머릿속에 그렸던 상상이었다. 한국전쟁의 당사국 정상들이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 모여 전쟁의 종식을 공식 선언할 수 있다면,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위한 협상을 추동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노무현 정부 말기에도 이런 구상을 실현해보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이뤄지지 못했고, 그 이후로도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꿈을 꿨지만 현실화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도 어려운 역사적인 일이 너무나도 간단하게 이뤄져버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로부터 불과 이틀이 되지 않는 시간에 말이다. 이렇게도 간단한 일을 우리는 그동안 너무 어렵게 생각해왔던 것일까.

북미 교착 타개로 이어질까

하지만, 북미 정상의 이번 역사적 만남이 북미 교착의 타개로 이어질 것인가 하는 의문은 여전하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를 주목시키는 만남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북미 실무협상을 재개하기로 한 것 외에 북미 교착의 핵심 쟁점들이 해소됐다는 징후는 아직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이 최근 들어 ‘유연한 접근’을 언급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비핵화의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미국과, ‘영변 비핵화’ 이외의 것은 언급하지 않고 있는 북한과의 간극은 여전하다. ‘미국이 움직이지 않는 한 북한이 먼저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북한의 주장 또한 달라졌다는 근거는 없다.

물론, 북미 정상이 실무협상 재개에 합의한 만큼, 실무진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할 가능성은 있다. 실무협상에 소극적이었던 북한이 협상 대표를 정해 회담장에 나오는 것만 해도 지금까지보다는 진전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일단 만나서 얘기를 하다 보면 여러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확실치 않은 북미협상의 향방

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남긴 강렬한 이미지가 비핵화협상의 긍정적 진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지만 판단은 아직 일러 보인다. 7월중 있게 될 것으로 보이는 실무협상에서 북미 양측이 실질적으로 어떤 입장을 보일지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이미지’와 ‘실질’을 구분하는 냉정함을 유지해야 한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불가능했던 북미협상의 길을 트럼프 대통령이 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트럼프의 돌발성을 비판하는 시각도 많지만, 이번 판문점 회동에서만큼은 트럼프의 창의성을 인정해줘야 할 것 같다.

문제는 이러한 창의성이 북미 협상의 실질적 진전으로 뒷받침되느냐의 여부다. 트럼프이기에 가능했지만, 또 트럼프이기 때문에 부족한 북미 협상의 향방이 어디로 향할지 아직은 확실치 않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