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비핵화 의지’만으로 南北美가 갈 수 있는 지점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5일 북한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북미협상이 교착상태인 가운데 우리 특사단이 방북해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다시 확인하고 돌아왔다. 대북특사단장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6일 브리핑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본인의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이를 위해 남북 간에는 물론 미국과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김 위원장이 “자신의 비핵화 의지가 분명하다”며 “이런 의지에 대한 국제사회 일부의 의문제기에 답답함을 토로했다”고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에 북한과 미국 간 70년의 적대역사를 청산하고 북미관계를 개선해 나가면서 비핵화를 실현했으면 좋겠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내용도 전달됐다.

북한 매체도 특사단 방북 소식을 전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언급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거듭 확약하시면서 조선반도(한반도)의 비핵화 실현을 위해 북과 남이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해나가자고 말씀”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곧이어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2차 북미정상회담’을 요청하는 내용의 친서를 전달했다. 이처럼 북미 두 나라의 지도자가 직접적인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다. 북한은 또, 정권수립 70주년인 9·9절 열병식에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등장시키지 않았다. 지금의 국면을 감안해 수위조절에 나선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로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이 재개될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분명하다.

북미 협상 재개 실마리는 풀린 것인가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상황만으로 북미 협상이 재개될 실마리가 풀린 것인지는 좀 더 세밀한 관찰이 필요해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강조했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지금 협상의 교착은 ‘비핵화 의지’라는 총론의 문제가 아니라 핵리스트 신고와 종전선언, 비핵화 로드맵 등 각론에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부터 계속된 남북미 협상 과정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라는 명제에 기반해 북미정상회담까지 개최됐지만, 지금은 구체적 각론에 들어가면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각론에서 진전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으면서 ‘비핵화 의지’라는 총론만으로 협상이 진전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비공개 메시지에 돌파구 있을까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에 특사단에게 “북한은 풍계리 폭파나 미사일 엔진 시험장 해체 같은 선제적 조치를 취했는데 국제사회의 평가가 인색하다”며, “자신의 판단이 옳은 판단이었다고 느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미국이 추가적인 조치, 즉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종전선언에 응할 것을 촉구하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정의용 실장을 통해 미국에 전달된 북한의 비공개 메시지나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친서에 협상의 구체적인 진전을 이끌만한 내용이 있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만약 거기에서도 구체적으로 진전된 내용이 없다면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는 총론만으로 북미교착을 풀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는 것이다.

비핵화 의지총론보다는 구체적 각론에 주의 기울여야

올해 들어 진행되고 있는 정상 차원의 북핵 외교는 정상들의 의지가 아래로 반영되는 탑-다운(top-down) 방식이어서 예전 북핵 협상이 풀지 못했던 돌파구를 열어왔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결국 북핵 문제가 최종적으로 타결되기 위해서는 일선에서의 구체적인 합의가 있어야 한다. 추상적 명제로만 타결되는 합의는 공허하고 한계가 있으며, 합의가 실행단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복잡다단한 실무수준의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북핵 협상이 다시 기로에 서 있는 지금, 이제는 총론보다는 각론에 주의를 기울이는 차분한 접근에 익숙해져야 한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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