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대북 식량지원, 교착국면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대북 식량지원 관련 의견수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

정부가 대북 식량지원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재개로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질까 싶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기본 방향은 식량지원 쪽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내에서 식량상황을 직접 조사한 유엔 기구 중의 하나인 세계식량계획(WFP)의 비슬리 사무총장은 13일 통일부, 외교부 장관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까지 만났다. 정치와 인도주의적 사항의 분리를 강조하는 비슬리 사무총장에게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적극 기여하겠다”고 말했고,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WFP가 요청한 (북한) 영유아, 임산부 등 대상 영양지원 사업에 대한 공여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시기와 규모가 문제일 뿐 지원은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할 수만 있다면 남북 간 직접 지원이 바람직하다는 게 정부 생각이겠지만, 직접 지원이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가 12일 ‘근본문제를 미뤄놓고 인도주의 가지고 생색내기 하는 것은 겨레의 염원에 대한 우롱’이라며 식량지원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메아리가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처럼 무게가 있는 매체는 아니지만, 남한의 식량지원 추진을 바라보는 북한의 시각이 반영돼 있는 것은 분명하다.

북한은 식량지원 같은 부차적인 문제보다는 근본문제, 즉 남한이 미국의 비핵화 압박공조에서 벗어나 북한 편을 들고 남북 경협에 적극 나설 것을 압박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국제기구를 통해 제공되는 우리 정부의 식량지원을 거부할 것 같지는 않다.

식량지원으로 교착국면 풀어보고 싶은 정부

정부가 대북 식량지원에 적극적인 것은 식량지원을 통해 지금의 교착국면을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공개 제안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북한은 아무 반응이 없다. 4.27 남북정상선언 1주년 기념행사도 남한 단독으로 치러야만 했다. 남북 간에 의미 있는 대화가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북미 교착의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는 소리는 공허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고육책으로 꺼내든 것이 식량지원 카드인 것으로 보이지만, 국제기구를 통한 식량지원이 이뤄진다고 해서 남북 간 의미 있는 대화로 연결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북한이 지적하고 있듯이 지금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인도주의가 아니라 ‘근본문제’이기 때문이다.

‘근본문제’가 핵심이라고 해서 북한 주장대로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영변만의 비핵화를 고수하고 있는 북한을 설득해 영변 외 지역까지 포괄하는 비핵화 의사를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영변만의 비핵화에 머물러 있는 한 비핵화 협상의 진전은 있을 수 없으며, 미국이 인내심을 잃어버리고 다시 강경 모드로 되돌아갈 경우 우리 정부로서도 어찌할 방법이 없다. 그러니 시간이 있을 때 영변 외 비핵화의 의지를 밝히고 협상에 나서라, 그렇게만 한다면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돕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나 물밑접촉을 통해 꾸준히 발신해야 한다. 물론 북한이 듣기 싫어할 것이고 남한에 대한 비난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겠지만, 이러한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지금의 교착국면을 타파하기는 어렵다.

교착국면 타파하려면 정공법으로 접근해야

대북 식량지원은 같은 동포인 북한 주민들의 굶주림을 해결하고 장기적으로 남북 신뢰를 형성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을 계기로 지금의 교착국면을 풀어보려는 의도라면 그 효과를 자신하기 어렵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금의 교착국면을 타파하기를 원한다면 그래도 정공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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