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남북정상회담과 북한의 손익 계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무산으로 비핵화 협상과 북미관계의 교착이 표면화되자, 남북정상회담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9월에 열기로 한 남북정상회담을 예정대로 개최해 지금의 교착상태를 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북미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막힌 곳을 뚫어주고 북미 간 이해의 폭을 넓히는 촉진자, 중재자로서의 문 대통령 역할이 더 커졌다”고 밝혔다.

, 9월 남북정상회담 조건으로 경협주문

남북은 현재 정상회담을 9월 안에 평양에서 개최한다고만 합의한 상태이다. 지난 13일 고위급회담에서 구체적인 날짜가 합의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북한은 날짜를 정하는 데까지는 동의하지 않았다. 대신 북측 수석대표인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은 “북남관계 개선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신속히 해결하는 것이 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를 실행해나가는 데서 매우 중요하다”며, “북남회담과 개별 접촉에서 제기한 문제들이 만약 해결되지 않는다면 예상치 않았던 문제들이 탄생될 수 있고 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들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밝혔다. 유엔 제재 때문에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남북 경협에 속도를 내라는 주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경협에 힘을 쏟기 어려운 상황이 돼가고 있다. 비핵화 협상에 진척이 없는 상황이니 유엔 제재 완화는 논의조차 어렵고,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회담의 초점은 경협보다는 비핵화의 진전 쪽에 맞춰질 수밖에 없는 상태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남북정상회담을 해도 자신들이 바라는 경협 부문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회의적인 상황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북한 수요로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 성사

올해 들어 두 번이나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은 모두 북한의 수요가 반영된 것이었다. 4월 27일 첫 번째 남북정상회담은 북한이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 북미정상회담으로 가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었는데, 북한은 이 과정에서 중국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과 중국은 한 번도 정상회담을 하지 못할 정도로 냉랭한 관계였는데, 잇따른 남북·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서 소외될 것을 우려하는 중국의 조바심을 이용해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을 성사시킴으로써 북중 관계를 일거에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5월 26일 두 번째 남북정상회담 또한 북한의 강력한 이해관계가 작용했다. 5월 24일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취소 의사를 밝히자 다급해진 북한은 다음날인 5월 25일 오전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명의로 미국과 대화하자는 담화를 발표한 데 이어 25일 오후 문 대통령에게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다. 북미정상회담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미정상회담을 다시 궤도 위에 올려놓고 싶었던 것이다.

3차 정상회담 실익 크지 않은데 회담 응할까

지난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사례를 본다면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북한이 정상회담에 적극적으로 응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기게 된다. 북중 관계가 회복된 지금은 올해 초의 북한처럼 고립무원의 상태도 아니다. “9월 안에 남북정상회담을 평양에서 가진다”는 남북 간의 합의가 있으니 그냥 모른 체하기는 어렵겠지만, ‘9월’이라는 합의가 있다고 해서 남북정상회담이 반드시 9월 안에 열릴 것이라고 낙관해서도 안 된다.

9월에는 남북 모두 중요한 일정들이 있다. 북한에는 9.9절이라고 불리는 정권 수립 70주년 행사가 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설도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도 문 대통령의 9월 말 뉴욕 유엔총회 참석을 계획 중이다. 9월 중순 정도 말고는 정상회담 날짜 잡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3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북한의 수요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9월 정상회담’을 예정대로 추진하려면 서둘러서 정상회담 날짜를 확정지을 필요가 있다. 남북정상회담은 날짜가 구체적으로 잡히기 전까지는 확정됐다고 볼 수 없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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