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제8차 노동당 대회가 어제(5일) 평양에서 개막됐다. 1월 초순 개회를 언급하고도 대회가 열리지 않아 언제 열리느냐를 놓고 갖가지 관측이 많았는데, 어제(5일) 평양에서 시작된 것이다. 당 대회는 보통 사나흘 또는 그 이상 열리기 때문에 이번 주 후반까지 당 대회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이 곧 국가인 북한에서 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당 대회는 가장 중요한 국가적 행사다. 이번 당 대회는 2016년 이후 5년 만인데, 북한은 1980년 6차 당 대회 이후 2016년 7차 당 대회까지 36년 동안 당 대회를 열지 못하기도 했다. 집권 이후 당 대회를 재개한 김정은 위원장이 5년 만에 당 대회를 다시 연 것은 당 대회를 정례화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려운 건 인정하지만 내부 힘으로 풀어야
당 대회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해 개회사를 했다. 개회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두 가지다.
첫째, 7차 당 대회 이후 지난 5년간의 경제실패를 인정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 수행 기간이 지난해까지 끝났지만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고 밝혔다. 잘 안된 것은 안됐다고 쿨하게 인정하는 김정은 스타일의 업무 평가다.
그런데 두 번째로 주목할 부분은 이런 실패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제시한 것이 주체역량 강화, 즉 자력갱생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갖가지 도전은 외부에도 내부에도 의연히 존재“하고 있다며, ”현존하는 첩첩난관을 가장 확실하게, 가장 빨리 돌파하는 모습은 바로 우리 자체의 힘, 주체적 역량을 백방으로 강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결함의 원인을 객관이 아니라 주관에서 찾고 주체의 역할을 높여 모든 문제를 풀어나가는 원칙“을 강조했다. ”성과도 귀중할 뿐 아니라 축적된 쓰라린 교훈도 매우 귀중“하다며 열린 마음으로 오류를 시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그 방향은 외부세계와의 협력보다는 내부 역량 강화를 통해서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당 대회 진행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오늘 공개된 김정은 위원장의 개회사로 보면 북한은 지금까지 걸어오던 길을 그대로 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올 한 해 한반도 기조 전망할 중요 정치행사
당 대회는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평가), 당 중앙검사위원회 사업총화(평가), 노동당 규약 개정, 노동당 중앙지도기관 선거(고위급 인사)의 순으로 진행된다. 마지막날에는 결정서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선 이후에도 침묵하고 있는 북한이 새로 출범하는 바이든 정부를 상대로 북미관계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 또 남북관계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기조, 북한의 경제개발계획 발표 등이 주요 관심사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행사 준비가 한창이었던 것으로 보아 열병식과 군중시위 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 한 해 북미관계와 남북관계 등 한반도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있는 중요한 행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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