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北 “비핵화협상 꿈도 꾸지 마라”…싱가포르 합의정신 부정?

김명길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지난달 5일(현지시간) 스톡홀름 외곽 북한대사관 앞에서 이날 열린 북-미 실무협상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사진=연합

북한이 연일 강경한 대미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곧 보자”고 한 트위터에 17시간 만에 김계관 명의로 부정적 입장을 밝히더니, 어제(18일)밤 늦게 김영철 아태평화위원장 명의의 담화를 또 내놓았다. 북한은 이 담화에서 “미국과 마주앉을 생각이 전혀 없다”고 강조하면서 대북 적대시 정책의 철회를 다시 요구했다.

한미 군 당국이 이달로 예정됐던 연합공중훈련을 연기하며 성의를 보인 데 대해서는 “미국에 요구하는 것은 남조선(남한)과의 합동군사연습에서 빠지든가 아니면 연습 자체를 완전히 중지하라는 것”이라며 훈련 연기로는 만족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지금 상태로는 미국과 대화하지 않겠으니 미국이 더 양보하라는 요구이다.

김영철 담화에서 눈여겨볼 부분

그런데, 김영철의 담화에서 눈여겨 볼 부분이 있다. 북한은 이 담화에서 비핵화 협상과 북미 관계 개선, 평화체제 수립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비핵화 협상의 틀거리 내에서 조미(북미) 관계 개선과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문제들을 함께 토의하는 것이 아니라, 조미 사이에 신뢰 구축이 먼저 선행되고 우리의 안전과 발전을 저해하는 온갖 위협들이 깨끗이 제거된 다음에야 비핵화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

그러면서 북한은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기 전에는 비핵화 협상에 대하여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싱가포르 합의의 부정인가

비핵화 협상과 북미 관계 개선, 평화체제 수립은 지난해 6월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4대 합의사항 중 세 가지이다. 나머지 하나는 미군 유해 송환과 관련된 합의인 만큼, 이상의 세 가지는 북미 정상 간 합의의 사실상 모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북미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이 세 가지 문제를 함께 논의한다는 데 합의했고, 이것이 지금의 북미대화를 이끄는 토대가 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은 비핵화 협상을 북미 관계 개선, 평화체제 수립과 함께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북미 간 신뢰구축이 먼저 이뤄지고 북한의 안전과 발전과 관련된 문제들이 해결된 뒤에야 비핵화 협상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안전과 발전에 관련된 문제는 체제안전과 대북 제재와 관련된 부분이니,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되고 제재 문제가 풀린 다음에야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합의정신의 부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북한의 체제안전, 즉 북한이 주장하는 대북적대정책 철회와 관련된 문제는 사실 어느 선에서 합의가 가능할지 감을 잡기도 쉽지 않다. 북한이 최근 며칠간 한미훈련 중단에 집중하고 있지만, 전략자산의 전개 금지나 우리 군의 첨단무기 도입 중지 등을 요구할 수도 있고, 주일미군이나 괌 기지에 배치된 북한 타격 무기들, 더 나아가 하와이나 미 본토에서 북한을 타격할 수 있는 무기들도 문제삼을 수 있다. 주한미군 문제 또한 북한이 이슈화시킬 수 있다. 궁극적으로 북한의 체제안전은 북미관계가 완전히 정상화되고 북한이 국제사회에 완전히 편입되어야 해결될 수 있는 것인데,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기 어렵다.

북한의 발전과 관련된 문제, 즉 대북 제재 문제 또한 해결이 쉽지 않다. 대북 제재는 전향적으로 생각하더라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연계해 완화 내지 해제할 수 있는 것인데, 제재 문제가 해결되고 난 뒤에 비핵화 논의를 하겠다고 하면 아예 협상 자체가 되지 않는다. 또, 제재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할 이유도 없다.

싱가포르 합의 정신 부정되면 북미대화 쉽지 않아

물론, 북한의 이런 주장에는 다분히 협상용인 측면이 있다고 봐야 한다. 최대치를 질러놓고 북미협상을 통해 조율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가려는 것일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북미대화의 토대가 되고 있는 싱가포르 합의 정신을 부정하려는 것으로 비친다면 북미대화가 계속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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